경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경기 하락세가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국내외에서 각종 악재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경제가 경착륙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 핵 문제, 미국과 이라크 전쟁 가능성, 전반적인 세계 경제의 부진 등 초대형 외부 악재에다 내수 급랭, 정권 교체기의 불확실성 등 내부 요인이 겹치면서 우리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더구나 이들 부정적 요인들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어서 경제의 주름살은 갈수록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무역수지가 2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유가 급등이 주요 원인으로,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적자 규모도 커지고 있다. 설비투자와 생산은 크게 둔화하고 있다. 실업률은 높아지고, 물가는 크게 뛰고 있다. 신용 불량자는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전업 카드사의 연체율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이러다가는 우리 경제가 성장 국제수지 물가 등 '세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문제는 특별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어제 열린 경제장관 간담회에서도 섣부른 대응책이나 무리한 부양책은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재정의 조기 집행 정도만을 논의했다. 충분히 이해가 가나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낙관도 비관도 아닌 정확한 현실 파악이 우선되어야 한다. 경제는 심리에 많은 영향을 받지만, 그 심리를 결정하는 것은 사실 그 자체다. 불안 심리를 없앤다며, 불확실성을 제거한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놔 봐야 시장은 신뢰하지 않고 오히려 그 반대로 반응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정확한 현실 인식과 확실한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는 것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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