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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양심불량 채무자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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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양심불량 채무자 몸살

입력
2003.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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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들이 고의로 카드 빚을 갚지 않는 '양심불량' 채무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채무자 중 상당수가 카드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데도 재산을 친척 명의로 돌려놓거나 주소를 자주 이전하는 방법으로 카드사의 채무변제 독촉을 교묘히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급증한 양심불량 채무자는 카드사 별로 평균 수백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각 카드사 채권팀은 채무변제 독촉과 함께 채무자의 숨겨진 재산을 찾느라 이중고를 겪고 있으며, 1월 은닉재산을 찾아내 채무변제 소송을 제기한 건수가 전월에 비해 30% 가량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A카드사에 2,400여 만원의 카드 빚을 지고 있는 김모(42·여)씨의 경우 지난해 미용실과 미용학원을 남편과 아들 명의로 돌려 놓고 1년 가까이 카드 빚을 갚지 않았다. 김씨는 카드사에 '빚 갚을 능력이 없다'고 변명하고 있으나, 지난 설에는 가족들과 함께 4박5일 해외여행까지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B카드사에 1,100여만원을 7개월째 연체하고 있는 이모(37)씨도 카드사의 채무변제 독촉이 시작되기 직전 집과 사업장 명의를 부인 앞으로 바꿔 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카드 빚 변제 의사가 전혀 없는 이씨는 현재 타인 명의의 고가 외제차를 타고 다니고 있다.

이밖에 카드사 직원의 약점을 잡아 오히려 카드사를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

박모(30)씨는 최근 전화로 모 카드사 채권추심 담당자의 욕설을 유도, 관련 내용을 녹음한 뒤 '금감원 또는 언론사에 제보하겠다'며 카드 빚 탕감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채권추심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가운데 양심불량 채무자들이 급증하는 추세"라며 "특히 개인워크아웃을 악용하거나 채권추심 방법을 문제 삼아 카드 빚을 갚지 않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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