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김종빈·金鍾彬 검사장)가 3일 김성호(金成豪·56)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금품수수 혐의를 확인, 김 전 장관 부부를 출국금지 조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을 금명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김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정권교체 이후 공직비리에 대한 첫 수사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SK그룹 수사가 재벌개혁의 시작을 알린 것이었다면, 김 전 장관에 대한 수사는 공직사정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노무현 대통령의 '수사속도 조절' 요구, '서열파괴'를 키워드로 하는 검찰 개혁 등이 맞물린 시점에서 검찰의 전방위 사정은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그런 '합리적 의심'을 제외한다 해도 재계와 공직 비리 부문에 대한 본격 수사를 계기로 그동안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돼 온 검찰이 개혁을 주도하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되는 것이다.
김홍업씨 계좌추적하다 포착
검찰은 새 정부 출범 일정을 고려해 수사를 늦춰오다 참여 정부의 조각이 이뤄진 직후인 지난달 27일 김 전 장관과 부인 김모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경인지방 국세청장으로 재직하던 1998년부터 여러 차례 기업체로부터 수천만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확인된 수수금액은 약 5,000만원 정도로, 수수 경위 및 대가성 유무는 더 확인해야 한다"며 "장관 재직 때는 돈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해 7월 구속된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金弘業)씨의 차명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김 전 장관의 부인 김모씨와 인척 등의 예금계좌에 의심스런 돈이 입금된 사실을 발견했다. 줄곧 내사를 해온 검찰은 2월초부터 관련자들을 소환, 일부 돈의 대가성에 대한 확인작업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다른 사건과 달리 이번 사건 금품수수 과정의 '질이 나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 전 장관의 사법처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김 전 대통령의 임기만료를 며칠 앞두고 현직 장관을 조사할 경우 미칠 파장 등을 고려, 수사속도를 조절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의 금품수수와 홍업씨의 청탁을 받았는지 여부도 확인중이다.
검찰 독자노선 걷나
SK그룹에 이어 한화그룹으로 수사가 확대되려 하자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직접 '수사속도 조절'을 언급했다. 그러나 검찰은 SK글로벌의 1조4,0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에 이어, 김 전 장관 수뢰 혐의에 대해 수사를 이어가는 등 수사속도를 늦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언제부터 검찰이 '언터처블'이 됐느냐"며 일부에서는 검찰의 수사 행보에 의문을 던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즉 개혁의 대상이던 검찰이 사정을 통해 개혁의 주체로 떠오르려 하는 것은 '환골탈태'로 비칠 수도 있지만 '개혁 회피'의 수단으로 수사를 이용하는 것처럼 해석될 여지도 있는 셈이다.
검찰의 독자노선은 노 대통령의 "'권력의 검찰'이 아니라 '국민의 검찰'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말과 어긋나지 않는다. 강금실 법무장관도 '수사는 검찰에, 인사는 법무부로'라는 모토를 내걸고 있다. 그 반대편에 '검찰의 기득권 방어의 논리'가 동전의 앞뒤처럼 붙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검찰 관계자는 "독자노선을 추동하는 것은 단서가 있으면 수사한다는 단순한 논리"라고 원칙만 재확인했다. 이번 수사는 무엇보다 DJ 정부 관료들의 개인 비리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란 점에서 다른 사건과 성격이 다르다. DJ 정부 고위 인사로는 신광옥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된 적은 있으나 각료가 사법처리된 적은 없었다. 따라서 비록 검찰이 과거 관행처럼 해 왔던 정권 초기의 사정 정국으로 비쳐지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이번 수사를 계기로 사정의 신호탄은 올라갔다고 볼 수 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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