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만 보고 살자."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청와대에 처음 입성하던 지난달 25일, 이광재(李光宰·39)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그 뒤를 따라 들어오며 이렇게 다짐했다.
노 대통령의 당선 이후 본명보다는 '우(右)광재'란 명칭으로 더 알려진 이 실장은 그야말로 노 대통령의 측근중의 측근이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가 그에게는 청탁성 전화도 쇄도했고 음해성 루머도 생겨났다. 때문에 그는 "절대로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모르는 사람의 전화를 일절 받지 않고, 외부 인사를 만나는 것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실장은 '청와대를 386이 점령했다'는 말에 대해서는 정색을 했다. 우선 "미국 대통령의 평균 나이가 53.2세이고 참모진은 그보다 더 젊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는 "우리가 지금 사회의 중심세력이 될 수는 없다"고 못박은 뒤 "그러나 변화를 이끌어내는 촉매제는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노 대통령의 정치 입문 초기부터 함께 한 참모다. 연세대 재학 시절이던 1987년, 경찰의 수배를 피해 부산에 갔다가 노 대통령을 만났고 이후 대통령과 정치역정을 같이 했다. 선거 때는 주로 대학교수 등 외부 그룹과 정책개발, 선거기획 등을 도맡아 했다. '일을 벌여놓고 수습을 못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아이디어로는 따라올 사람이 없다는 평이다.
노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며 조언을 구하는 핵심 참모이기 때문에 동료들의 우스개에 의하면 그는 '성골 중의 성골'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노 당선자가 광재 말만 듣는다"라는 불평도 나왔고, "청와대 인선도 광재의 작품"이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실장은 "노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민주당 후보가 된 이후 내가 노 대통령을 본 것은 모두 20번"이라며 "모든 것이 오해"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최근에도 노 대통령은 다른 수석들을 제쳐놓고 이 실장을 불러 "경제, 사회 등 테마별 국무회의는 어떻게 하면 좋으냐"라고 물었을 정도였기에 그의 역할은 결코 작지 않다.
대부분 청와대의 알력설은 그를 중심으로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과의 관계. 하지만 이 실장은 "내가 참신한 아이디어를 들고 가면 문 실장이 '우리는 생각이 너무 똑같다'라고 말할 정도"라며 "말도 안 된다"고 한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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