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당연한 결과잖아요." 배구 슈퍼리그(남자일반부)가 삼성화재의 7연속 우승으로 막을 내린 2일, 배구인들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전력으로 볼 때 어느 팀도 삼성의 아성을 넘을 수 없다는 배구계 '불문율'이 또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는 굳이 경기할 필요 없이 삼성에게 우승컵을 주는 게 경제적일 것"이라는 자조까지 흘러 나왔다.그도 그럴 것이 삼성은 슈퍼리그에서만 50연승을 거뒀고, 올시즌은 주력인 김세진 등이 빠졌는데도 전승 우승, 다른 팀들을 더욱 주눅들게 했다. 모 감독은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배구는 농구와 함께 겨울철 양대 스포츠였지만 삼성의 독주후 군소종목으로 전락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경기침체,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등으로 어수선한 와중에 뜬금없이 배구얘기를 꺼낸 건 삼성의 '우승독점'에 숨어있는 경구가 배구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물론 삼성이 자금력 등을 앞세워 뛰어난 선수들을 데려와 최고의 전력을 구축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만두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는 선수들의 아우성처럼 혹독한 훈련이 연승의 원동력중 하나라는 점도 배구인들은 부인하지 않는다. 대항마라고 자처했던 팀들은 뭘 했는지 따져보자. 실력 키우기 보다는 푸념에 시간을 더 할애했고, 독점을 방치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결과적으로 역전의 환희와 감동을 잃어버린 팬들은 최대 피해자가 됐다.
팬과 소비자들은 어떤 형태이든 독점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견제없는 독점은 외면당하고 큰 피해를 끼칠 수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국내 이통업체의 독과점분쟁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독과점이 제재를 받는 건 같은 이유에서다. 공적인 정책결정도 '독점식'은 위험하다. 다채롭지 못해 보이는 새 정부에겐 정책결정과정의 독과점이 가장 큰 적일 수 있다. 삼성의 우승독점을 깨뜨릴 팀을 하루 빨리 보고싶다.
이범구 체육부 기자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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