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직장'의 신화가 사라지고 능력에 따른 직장이동이 활발해 지면서, 성공적인 전직은 많은 샐러리맨들의 꿈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전직'을 조직에 적응하지 못한 직장인의 선택으로 여기는 부정적 인식이 남아있고, 섣부른 전직으로 후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앞으로 10회 동안 전직을 통해 자신의 꿈을 달성한 직장인들을 만나 전직 노하우와 가슴에 담아 둔 애환 등을 격주로 들어본다./편집자주
"10년 전 첫 직장 입사 후 꿈꿔왔던 경영기획 컨설턴트가 됐다는 것이 가장 큰 성취입니다." 조한백(趙漢柏·35) 굿모닝신한증권 경영기획부 차장은 10년 직장생활 동안 5곳의 회사를 옮겨 다니며 고집스럽게 자신의 꿈을 실현한 주인공이다. 그 과정에서 '고액 연봉'은 보너스로 따라왔다.
조 차장은 첫 직장인 한미은행 본점 비서실에서 근무하면서 기획업무의 매력에 사로 잡혔고, 이후 그 분야 전문가가 되기 위해 외길을 달려왔다. "비서실 근무가 끝나면 다시 은행 영업업무로 돌아가야 한다는 현실이 첫 전직을 결정하게 했습니다." 조 차장은 1996년 마침 경력직 기획실 요원을 뽑던 현대우주항공 기획실에 입사원서를 냈다. 그의 이런 결정을 듣고 주위 사람들은 모두 만류를 했다. 연봉이 3분의 2수준으로 줄어드는데다, 직급도 수평 이동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획분야 전문가가 되겠다는 조 차장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첫 모험은 1년 만에 막을 내린다. 조 차장은 그 이유를 "해외사업 기획업무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지만, 우주항공이라는 기업특색 때문에 엔지니어가 아닌 사람은 주도적으로 일을 처리하는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97년 외환위기 직전 그는 같은 그룹 내 현대캐피탈 영업전략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유는 문과 출신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은 역시 금융계라고 생각한데 따른 것. 하지만 여기서도 조 차장은 '갈증'을 느꼈다. 금융에 대한 실무지식은 갖추고 있었지만, 법대 출신인 그로서는 일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금융분야 전문지식이 꼭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경영학석사(MBA) 학위 도전. 외환위기의 여파가 계속되던 98년, 조 차장은 회사에 사표를 제출하고 영국 카디프(Cardiff) 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미국이 아닌 영국을 선택한 것은 1년 만에 학위취득이 가능한 점을 고려했습니다. 비용도 문제지만 2년이나 현직에서 떠난다면 실무감각이나 경력관리에서 손해가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위를 취득한 1년 후인 99년 그는 전세계 경영컨설팅회사중 '빅 5'로 통하는 PWC(Price Waterhouse Coopers) 코리아에 선임 컨설턴트로 입사하는 데 성공했다. 첫 전직 때부터 추구해 온 경영컨설턴트가 된 것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4차례의 전직을 감행했던 조 차장에게도 전직은 언제나 두려운 도전이었다. 특히 전직자에 대한 새 직장 내 선입견을 불식시키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또 언제 떠날지 모른다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갑죠. 그런 경우 신뢰를 쌓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는 전직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사람관계'라고 말한다. "전직한 회사의 조직원들이 갖고 있는 노하우와 경험, 지식에 대해 존경심을 갖고 대해야 합니다. 팀웍을 이뤄 일할 수 있을 때, 보다 더 나의 능력을 잘 발휘하고 빨리 인정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조 차장의 전직 성공 노하우의 다른 하나는 '전직 첫 3개월 안에 어떤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주어진 프로젝트를 통해 3개월 내에 자신을 차별화할 수 없다면, 결국 두각을 나타낼 수 없다는 것이다.
조 차장은 끝으로 "나무도 옮겨 심으면 길게는 3년간 몸살을 앓듯이, 전직 후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과를 이뤄야 한다는 정신적 압박감은 겪어 본 사람만 알 수 있다"며 "단순히 연봉을 더 받으려는 생각에 전직을 고려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프로필
1968년 충남 천안 생
1991년 성균관대 법학과 졸업
1999년 영국 카디프대 MBA
1993년 한미은행 입사 본점 영업부, 비서실 근무
1996년 현대그룹 현대우주항공 기획실 (사원)
1997년 현대캐피탈 영업전략팀 (대리)
1999년 PWC 코리아 (Senior Consultant)
2001년∼현재 굿모닝신한증권 경영기획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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