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차기 당 대표를 노리는 유력 주자들의 경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전국 총 유권자 1% 수준의 선거인단 40여만명이 투표에 참여하는 '대표 직선'안이 이번주중 당무회의를 통해 확정되기 때문이다.그 동안 물밑에서 세 확장을 해온 강재섭(姜在涉), 김덕룡(金德龍), 최병렬(崔秉烈) 의원 등 유력 주자들은 경선캠프를 마련하는 등 본격적인 당권 레이스에 돌입했다. '빅3' 진영은 공식적으로 출마의사를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출발 신호만 울리면 곧바로 선거운동에 돌입할 준비가 돼 있다"는 표정들이다.
이런 가운데 이재오(李在五) 의원은 2일 "대표 경선에서 한나라당이 확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출마 선언의 테이프를 끊었다. 하지만 당권경쟁 구도는 3강의 각축 속에 서청원(徐淸源) 대표의 출마여부가 최대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출마를 저울질 중인 서 대표가 실제로 도전장을 낼 경우 경쟁구도는 예측불허의 혼전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세대 교체론을 기치로 내건 강 의원의 경우 대구·경북(TK) 의원들의 지지를 확보한 가운데 전국적인 세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의원은 호남지역과 일부 수도권의 지지에 강한 기대를 걸고 있는 가운데 개혁 이미지를 앞세워 민정계 출신의 강, 최 의원과 차별화에 나섰다. 차기 대권주자를 양성하는 '인큐베이터론'을 내세운 최 의원은 부산·경남(PK) 지역과 김용환(金龍煥) 의원 등 충청권 일부의 지지를 얻어내는 등 외연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차기 당권에 뜻이 없다던 서 대표는 민주계와 수도권 초·재선 일부에서 출마권유를 받았다. 한때 강 의원을 지지할 움직임을 보였던 친 이회창(李會昌)계와 민정계 중진 사이에서도 서 대표를 추대해야 한다는 기류가 적지 않다. 서 대표 주변에서는 "출마할 확률이 80% 이상"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앞서 대표경선 불출마를 선언한 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당권 주자들은 선두를 선점하기 위해 '대표-차기 대권후보' 또는 '대표-원내총무' 등을 매개로 다각도의 합종연횡을 모색하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현재 판세가 경합 양상인데다 막판 연대 변수가 남아 누가 당권을 잡을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벌써부터 당권경쟁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늘고 있다. 당내 중도·개혁연대 모임을 추진 중인 '미래연대'와 '국민속으로' 소속 일부 의원들은 민정계 중진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지역대표 운영위원(40명)의 간선제 움직임에 대해 '구태정치로의 회귀'라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전당대회 보이콧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당내 일각에서는 새 지도부 구성을 둘러싸고 갈등이 심화할 경우 분당(分黨)이라는 최악의 사태로 비화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고개를 들고 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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