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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이요? 아뇨, 한 식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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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이요? 아뇨, 한 식구에요

입력
2003.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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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 전성시대가 온다(주)모나미 송하경 대표이사는 소문난 '애견가'다. 약 4년 전 '지금 아니면 언제…' 하는 생각에 개를 기르기 시작, 현재는 롯트와일러, 도베르만, 복서 등 다양한 종류의 혈통 좋은 개 40여 마리의 '주인님'이다. 그는 "개를 훈련시키다 보면 내가 개들의 삶을 책임지고 개도 나를 생각해준다는 느낌이 전달돼 묘한 교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는 2000년 '모나미펫(www.monamipet.com)'이라는 애완동물 전문 사이트와 동물종합병원 '닥터펫'을 만들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송 대표처럼 개 전문점을 운영하지는 못하지만 마음 만큼은 그를 능가하는 애완동물 마니아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다음의 애완동물 동호회 '도그까페(cafe.daum.net/dogcafe)'의 회원수는 무료 18만명. 수에 있어서도 그렇지만 열정에 있어서도 웬만한 인기가수의 팬클럽을 능가한다. 애완동물을 부르는 기본 호칭은 '아가'. 처음에는 다소 어색하게 느껴진 '반려동물'이라는 말도 이제 일반화돼 있다.

작년 한국 애견연맹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애완동물을 기르는 집은 약 150만 가구, 국내 전체인구 대비 애완동물 보유 비율은 10%를 넘으며 관련업체는 약 4,000개에 이른다. 2002년 애완동물시장의 예상 매출액은 약 1조원으로 불경기 중에도 전년 대비 50% 증가율이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국내 수의사도 3,000명에 육박하고 애견미용실은 약 600개, 동물병원 진료액수는 연간 5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관련학과 경쟁률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2003학년도 건국대 수의과대학 경쟁률은 23대 1로 교내 최고를 자랑한다. 편입생의 경우 20명 모집에 600명 가까이 지원했다. 2001학년도 12.8대 1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2001학년도에는 미 메릴랜드대 화학과 박사학위 소지자가 편입한 데 이어 올해는 영국 런던대 석사나 서울대 졸업생 출신의 주부들이 대거 입학한 것도 눈길을 끈다.

전문화, 세분화 되는 애완동물 산업

24시간 가동, 전문 의료진 33명, 임상교수 5명, CT, MRI…. 사람을 위한 종합병원의 홍보문구가 아니다. 작년 말 새로 문을 연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동물종합병원의 시설과 규모를 나타내는 문구들이다. 이 병원에서는 세계 최초로 동물을 위한 침술까지 시술하고 있다. 정병현 동물병원장은 "사회적으로 애완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동물병원의 수준은 1차 진료기관을 넘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었다"며 "지역 동물병원과 연계해 연구와 임상실험 결과를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는 5월에 문 열 예정인 '메가펫'은 애완동물 종합백화점이다. 개를 비롯한 애완동물의 치료는 물론, 미용, 용품판매 등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곳으로 지하 7층 지상 11층의 거대한 규모다. 강아지 전용 까페를 비롯, 전용 헬스장, 목용탕, 호텔, 산책로 등으로 구성된 애완동물의 '사람 부럽지 않은' 놀이공원이 문을 열기를 목빠지게 기다리는 '주인'들이 많다.

기존의 잡탕밥 개념의 '개밥'도 사라지고 있다. 네슬레 퓨리나, ANF 등의 동물사료 전문 브랜드들이 내놓는 사료의 종류는 수십종. 연령대에 따라 다른 사료가 나오는 것은 기본이고 심장질환, 소화기 장애, 알레르기, 비만, 당뇨 등 건강상태와 체질에 맞게 고안된 '맞춤 식품'들도 쉽게 눈에 띈다. 강아지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애완동물의 종류도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족제비과의 '페릿'. 크기가 작고 귀여워 여성들 사이에 특히 인기다. 이 밖에 우리나라에서 부정적 이미지가 컸던 고양이나 파충류, 심지어 곤충까지 애완동물로 상한가를 치고 있다.

사망시 화장 금지돼 거센 반발

애완동물 마니아 세계의 최근 이슈는 장례 문제다. 현재 애견의 장례를 대행하는 업체가 페트나라천국(www.petnara.co.kr) 아롱이천국(www.arong.co.kr) 굿바이마이펫(www.goodbyemypet.co.kr) 등 20여개에 이르고 애완동물용 삼베 수의와 오동나무관까지 등장했지만 관련 법령이 시대적 추세를 따르지 못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8월 동물사체 처리와 관련된 부분이 보건복지부에서 환경부로 넘어가고 2년간의 유예기간이 끝나면서 애완동물의 사체가 '감염성 폐기물'로 분류된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이 규정은 가족의 일원으로여겨지는 '반려동물'이 사망했을 때 화장할 수 없고 '쓰레기 봉투에 넣어 버리거나 병원성 폐기물과 함께 소각시켜야 한다'는 것을 뜻해 애완동물을사랑하는 이들의 거센 반발이 일고 있는 실정이다.

애완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정신적 의존이 커지는 것에 대해 정찬호 마음누리 원장은 "키우던 강아지의 사망으로 우울증에 걸린 주부도 있었다"며 "핵가족이 일반화된 서구 사회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던 현상으로 아이의 수가 적어지고 관계에 대한 갈증이 커지면서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존재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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