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대학이 지식인에게 제공하는 특혜는 만만치 않은 것이다. 아니 대학 교수가 되질 않으면 지식인 행세하기조차 쉽지 않다. 나 역시 대학 교수라는 직업 덕분에 이런 칼럼을 쓰는 특혜를 누리고 있지만, 그 특혜를 이용해 대학과 교수를 배신(?)하는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학벌주의와 학력주의의 망령은 교수와 교사에 대한 부당한 차별 대우에서도 잘 드러난다. 전교조 문제에서부터 정당 가입 문제에 이르기까지 교사는 교수에 비해 너무 열등한 대접을 받고 있다. 이건 도무지 말이 안된다.
교수의 정당 가입은 허용되는데 교사의 정당 가입은 금지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교수와 교사가 정치적 견해를 표명할 경우, 대학생은 정치적 견해를 소화해낼 능력이 있지만 고교생은 그런 능력이 없기 때문에? 만약 이게 이유라면 이건 교사에 대한 모독인 동시에 정치에 대한 모독이다. 정치 자체를 불온시하는 그런 시대착오적인 법규가 존재하는 한 정치 개혁은 영원히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의 치열한 대학입시 전쟁은 10대 후반의 젊은이들을 통제하는 기제이기도 하다. 이 점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 역기능도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 민주주의는 훈련을 필요로 한다. 10대 후반의 그 소중한 시절을 민주주의에 대한 아무런 훈련도 받지 못한 채 오직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공부만 하도록 하는 게 과연 우리 사회를 위해 도움이 되는 걸까? 지난 대선에서 20대의 투표율이 47.5%에 지나지 않은 게 과연 그런 통제와 무관하다고 할 수 있는가. 또 그게 민주주의를 위해 바람직한 걸까?
우리 사회가 교사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가 바로 통제다. 학생들을 잘 통제해 공부에만 전념케 하는 교사가 유능한 교사로 간주되고 있다. 우리는 교사에 대한 대우가 너무 소홀하다고 말하면서도 교사의 주된 역할을 그렇게 국한시키는 것이 교사들의 직업적 자존심에 얼마나 큰 상처를 주고 있는가에 대해선 모른 척 하고 있다.
교사의 제몫 찾기 운동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학벌주의가 타파되어야 초·중·고교의 교육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지만, 교사들이 학벌주의 타파에 앞장서게끔 만들기 위해서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교사의 다양한 사회 참여를 진작해야 할 것이다. 각종 위원회 구성에서부터 연구 프로젝트 참여에 이르기까지 교수 일색으로만 하지 말고 교사들에게 정당한 몫을 할애해야 한다는 말이다.
신문 방송 등 각종 매체들도 칼럼 필진에서부터 출연자 섭외에 이르기까지 교사들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 교사들은 교수들과는 차별화한 전문성을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 우리 사회가 교사들로 하여금 오직 학생 통제에 대한 전문성만 갖게끔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지 깊이 성찰해봐야 할 것이다.
교사들을 교육 개혁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한 그 어떤 개혁 방안도 성공하기 어렵다. 교사들의 자율성을 박탈하는 일부 사학재단의 횡포에 대해서는 교육당국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며, 교육당국 내부의 모든 걸 투명하게 하기 위한 획기적인 조처들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교육 개혁은 모든 개혁의 골간이다. 기존의 살벌한 대학입시 전쟁이 국민의 사회참여 의식을 약화 및 왜곡시키고 있다는 걸 명심하자.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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