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들이 2일 서명 및 성명 발표, 그룹별 모임 등을 통해 대북송금 특검법에 대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청와대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당력을 결집해 대국민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예고, 거부권을 둘러싼 여야간 대립이 점차 격해지고 있다. 청와대는 거부권 행사에 대한 입장 표명을 유보한 채 정치권 논의 과정과 여론 추이를 주시하면서 "여야가 법안을 재협상하는 게 옳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어 정치권의 대응이 주목된다.이런 가운데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와 김원기(金元基) 고문, 청와대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과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 등 여권 핵심인사들이 주말에 회동, 거부권 문제에 대한 의견 조율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이들은 거부권 행사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감안, 여야 합의로 특검법을 수정하는 문제를 집중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 거부권 행사론이 확산되고 있는데다 한나라당은 거부권 행사는 물론 법안 수정에 대해서도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 김근태(金槿泰) 김영환(金榮煥) 이창복(李昌馥) 심재권(沈載權) 의원 등 재야 출신과 김상현(金相賢) 장성원(張誠源) 김경천(金敬天) 전갑길(全甲吉) 의원 등 8명은 이날 성명을 발표, "한반도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소속 의원들의 서명도 받기로 했다.
소장파 모임인 새벽 21도 조만간 모여 특검법 원천 무효 및 대통령 거부권을 주장하는 내용의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김성호(金成鎬) 의원은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대북관계에 대한 당의 정체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주류인 이재정(李在禎) 이호웅(李浩雄)의원 등도 같은 생각이다. 민주당은 이번 주 중 의원 전원을 상대로 거부권 행사에 대한 찬반을 묻고 국민 여론조사도 실시키로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안에선 "거부권 행사시 여야간 상생의 정치가 어려워지고 정국 파행을 초래, 노 대통령에게 엄청난 부담을 준다"며 부정적 의견이 우세하다. 다만, 이를 공론화할 경우 호남 지역 및 동교동계가 반발하고 자칫 DJ와의 정면 대결로 비칠 수 있어 가급적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은 이날 "한나라당이 의사일정을 바꿔가면서까지 특검법을 강행 처리한 것은 다수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도 진실 규명을 위해 성의 있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상 대통령은 국회가 법안을 정부로 보낸 뒤 15일 이내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내주 초까지는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번 주가 거부권 논란의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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