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탤런트 배종옥(39)과 송채환(35)이 3일 나란히 첫 방송되는 아침 드라마로 연기대결을 펼친다. 박완서의 동명소설을 극화한 MBC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극본 박지현, 연출 한철수)에서 배종옥이 맡은 문경, SBS '당신 곁으로'(극본 이홍구, 연출 홍창욱)에서 송채환이 그릴 정아는 둘 다 한 없이 착하고 여린 여자다. 두 드라마는 전작 '황금마차'나 '얼음꽃'에서처럼 지독한 '악녀'는 없다. 그러나 삼각관계, 불륜, 미혼모, 고부갈등 등 아침 드라마의 공식이 된 온갖 통속적 소재가 뒤얽혀있다. "또 신파극이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느낌있는 여자, 배종옥
"따뜻하고 향기가 느껴지는 드라마를 보여주겠다."
'위기의 남자' 이후 1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배종옥. "18년 연기생활에 남자에게 배신 당하는 역은 처음"이란다. 소설만 보고는 "10여년 전 얘기가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판단으로 출연을 거절했지만, 작가와 만난 뒤 마음을 바꿨다고 했다. "세상은 많이 변했지만 여자들의 처지와 의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랑과 결혼의 의미에 대한 원작의 물음은 여전히 유효하다. 충실한 심리 묘사로 주인공의 삶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겠다."
중학교 교사 문경은 유학 간 남편에게 이혼 당하고, 15년 만에 만난 대학동창 혁주(조민기)에게 새로운 사랑을 찾지만 그의 아이를 가진 채 또 버림받는 비운의 여자. "여리지만 절망감에 발목 잡히지 않고, 아이를 바라보며 행복을 느끼고, 현실에 맞서 싸우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속이 강한 여자로 그리겠다."
그는 매회 마지막에 짧은 일기 형식의 내레이션으로 신파조로 흐르기 쉬운 극의 분위기를 다잡는 역할도 맡았다. "주 시청자인 주부들이 문경의 비극에 빠져들어 슬퍼하고 분노하기보다 매회 한 편의 짧은 소설을 읽는 느낌으로 봐주었으면 좋겠다."
사랑스런 여자, 송채환
"좀 짜증나는 역이죠? 하지만 하면 할수록 애정이 간다."
20대 연기를 위해 긴 머리 가발을 쓰고 나타난 송채환은 생기가 넘쳤다. 그러나 '올인'의 수녀, '아내'의 푼수 시누이 등 드라마 3편에 iTV 아침프로 MC 등 6개 프로를 종횡무진하는 그가 또 일일연속극이라니 과욕이 아닐까. "거절을 못하는 성격이라…. 일복 많아 즐겁다. 무슨 일이든 잘 적응하는 편이고 맡은 프로마다 팀워크가 워낙 좋아 힘든 줄 모른다."
특히 상대역이 손현주라 든든하단다. 둘은 3편의 드라마에서 커플로 나온 '찰떡궁합'으로 눈빛만 봐도 척 통한다. "실제 부부인줄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감히 최불암―김혜자 선배님처럼 함께 '국민배우'로 늙어가는 것이 꿈이죠."
무역회사 경리인 정아는 원준(손현주)과 사귀던 중 그의 친구인 경식(김유석)과 불 같은 사랑에 빠져 동거를 하고 아이를 낳지만, 아이의 실종으로 단꿈이 깨지고 만신창이가 된 채 원준과 다시 맺어진다. 빤한 스토리라 연기자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좀 복잡하지만 구성이 탄탄하고 사건 전개가 빨라 절대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정아도 후반에는 강인한 여자로 그려진다니 기대해 달라."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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