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하려거든 똑바로 하고 아니면 삼계탕 집을 차려 땀을 흘리시오. 그리고 (어렵더라도) 정치는 연고지에서 하시오."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지난 달 26일 내년 총선 출마에 뜻을 둔 염동연(廉東淵) 이강철(李康哲) 전 특보를 청와대로 불러 이렇게 충고했다. 오찬 중 불쑥 던진 말이지만 쉽고 편한 길을 마다하고 원칙을 고집한 노무현식 정치 행로를 밟을 것을 측근들에게 당부한 것이다.
두 사람과 유종필(柳鍾珌) 전 특보, 안희정(安熙正) 전 선대위 정무팀장 등 노 대통령의 측근으로 자의 반 타의 반 청와대에 입성하지 않은 '무관 실세'들이 내년 17대 총선을 향해 뛰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노 대통령의 개혁 이념을 당과 지역에 뿌리 내리고 노무현식 개혁의 전도사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다.
가장 먼저 깃발을 든 사람은 유 전 특보. 민주당 이해찬(李海瓚) 의원의 4선 텃밭인 서울 관악 을에 공개적으로 도전장을 냈다. 그는 2일 "보따리를 싸서 어디가 쉬울까 찾지 않는 것이 노무현식 정면 돌파"라고 말했다. 그는 '노심(盧心)' 논란을 우려하는 일부 지적에 대해 "상대가 누구든 정치를 해 온 곳에서 당원과 주민의 심판을 받아 당당하게 하는 것이 상향식 공천제"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주변 386세대의 리더격인 안 전 팀장도 고향인 충남 논산에서 진검 승부를 벼르고 있다. 그가 출마할 경우 상대는 자민련 이인제(李仁濟) 총재권한대행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안씨는 '개혁 다윗'으로 힘든 싸움을 피하지 않겠다며 각오를 다진다고 한다.
염 전 특보는 고향인 전남 보성·화순과 광주, 수도권 중에서 출마 지역을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이 연고지를 강조하고 고향인 보성에서도 출마 권유가 상당하지만 현 의원이 고교 후배인 민주당 박주선(朴柱宣) 의원이어서 고민중이다. 선뜻 출마 결심을 하지 못하고 있던 이 전 특보도 청와대 오찬 이후 출마 쪽으로 마음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구인 대구에서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노 대통령 곁을 10년간 지켰던 윤석규(尹錫奎) 전 대선 정치개혁추진본부 사무처장도 민주당 김영환(金榮煥) 의원의 안산 갑에 출마하기로 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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