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출범한 참여정부에 대해 국민의 기대가 높다. 해방 이후 개혁을 바라는 국민계층의 전폭적 지지를 얻고 출범한 참여정부가 그간 사회 구석구석에 쌓인 병폐를 말끔히 씻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노무현 정권은 정체성에 걸맞게 '시민사회'를 위한 사회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오늘의 한국사회를 만들어온 다수 민중의 가치관은 다양한 문화기층으로 혼재한 채 방향감각의 마비현상을 보인지 오래됐다. 한국사회에는 이념과 원칙들이 부재인 것처럼 보인다. 보통 사람들의 삶의 확신과 희망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지금까지 과거 정권들은 정권적 차원에서 국가 관리와 각론에 치우친 특정 개혁과제만을 지향해왔다. 정치 행정 교육 언론 분야의 개혁도 중요하겠지만 이제는 '사회개혁'이라는 틀 안에 포함시켜야 한다. 시민사회, 즉 민중의 권리를 보장하는 '개방' '사회정의' '균형'이라는 개혁의 아젠다를 수립해 시민사회를 위한 발전 프로그램을 실천해야 한다.
우선 식민지 유산, 즉 패배주의와 선진문화에 대한 맹신주의, 종속주의의 청산을 논의해야 한다. 언제까지 한국사회가 신 자유주의의 충직한 수행자임을 자인할 것인가. 정체성을 위한 부흥 운동이 필요하다.
둘째로 단시일에 급히 서구식 산업국가 건설을 지향하면서 누적돼온 병폐들이 우리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이념 대결, 패거리 정치, 국민 위에 군림했던 통치, 보수 기득층의 독점 독선, 특권층의 초법적 만용으로 시민의 알권리는 유린되어 왔다. 사회 곳곳에 만연한 부정부패의 불감증, 공교육의 공동화현상, 기회주의와 이기주의로 채색된 최고주의는 사회통합보다는 분열과 폐쇄성을 조장하였다.
노무현 정부는 이러한 병리 현상들을 치료해야 한다. 사회개혁과제는 상부층에서 하향식 하부구조까지 발전되어야 하고 각종 지역사회는 물론 학술단체, 각종 위원회까지도 민주적이고 투명한 시스템으로 리모델링을 실행하고 입법화를 추진해야 한다. 우리는 월드컵 당시 열광하는 민족의 힘에서 시민운동의 가능성을 보았다.
우리의 잠재된 힘을 조직화하면 정직하고 합리적인 시민사회를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사회개혁은 끝이 없는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백년대계를 향하여 진지하게 시작해야 한다.
이 배 화 한라대 건축토목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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