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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규의 세상읽기/ 여성장관도 인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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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규의 세상읽기/ 여성장관도 인간이야

입력
2003.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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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흐름과 함께 세상 좋아졌다고 느끼는 순간이 종종 있다. 노무현 정부의 새 내각이 발표될 때도 그랬다. 여성 장관이 4명이나 된 것도 그렇지만, 그들의 분야가 여성부에서 복지부, 환경부, 법무부로 영역이 넓어진 것이 무엇보다 반가웠다."역시 숫자가 늘어나야 해. 그래야 질적인 변화도 기대할 수 있으니까." 한 친구가 말했다. 김대중 정권의 허물이 적지않지만 여성의 공직 진출을 의도적으로 밀어준 것 만큼은 평가해 주어야 하며, 그 노력이 서서히 결실을 맺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특히 정권 바뀜 속에서도 장관 자리를 이어간 사람이 여성이라는 사실은 모두를 뿌듯하게 했다. 어쩌다 탄생한 여성 장관이 이런 저런 시비 끝에 중도하차 하던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지난해 여름의 장상 총리서리 인준 과정의 낭패감은 또 어떻고….

"법무부 장관 후보를 소개하는 어떤 신문기사는 거의 절반 이상을 전 남편과의 스토리로 채운 거 있지. 남자라면 헤어진 부인 이야기가 화제에 오르기라도 했을까." 한 친구가 열을 올린다. 왜 여자는 아무리 장관 후보가 되어도 여자로만 보이는 것일까.

터크만이라는 언론학자의 설명에 따르면 매스미디어는 본질적으로 변화보다는 체제의 고수를 추구한다고 한다. 오랫동안 남성이 지배해온 사회에서 여성이 공직 사회에 진출하는 것은 매스미디어의 속성으로 볼 때 별로 달갑지 않는 변화라는 것이다. 그 결과 무의식적으로 이를 축소하고 폄하하는 보도 태도를 지니게 된다는 설명인데 수긍이 가는 이야기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한 여성 언론학자가 시사주간지와 여성지에 등장한 여성 정치인 기사를 분석해 보니 그들을 평가하는 잣대는 주로 개인적인 가정사, 가족과의 갈등, 여성으로서의 행복 등이었다고 한다. 정치인으로서의 역량, 공인으로서의 업무능력 등에 초점을 맞추는 남성 정치인들과는 근본적으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고, 같은 눈물도 남자가 흘리면 인간미가 되지만 여자가 흘리면 공인으로서의 능력을 의심받는결정적인 하자가 된다.

새로 임명된 여성장관들을 소개하는 뉴스를 보면서 기도하는 마음이 되는 것은 이들의 앞날이순탄치만은 않아 보였기 때문이고, 한편으론 여성을 향한 우리 사회의 많은 덫들을 지혜롭게 피해가길 바랬기 때문이다. 남성 여러분, 나무에 오른 여성을 흔들기 전에 우리의 기도를 기억해 주세요. "여성장관의 눈물도 노무현 대통령의 그것만큼이나 인간적인 것일 수 있답니다."

/자유기고가(boringmom@hanmail.net)

※ 그동안 이덕규씨가 써오던 '아줌마 일기' 제목을 '이덕규의 세상읽기'로 바꿉니다. 언론인 출신인 이덕규씨는 최근 이화여대 홍보실장을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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