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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카에다 3인자 모하메드 파키스탄서 체포/ 9·11전모-빈 라덴 生死 밝혀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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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카에다 3인자 모하메드 파키스탄서 체포/ 9·11전모-빈 라덴 生死 밝혀질까

입력
2003.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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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확실시되는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3인자 칼리드 샤이크 모하메드(37)가 1일 새벽 파키스탄 은신처에서 체포됐다.라시드 쿠레시 파키스탄 대통령 대변인은 "미국과의 공조 하에 수도 이슬라마바드 인근 라왈핀디시에서 모하메드를 체포했다"며 "그는 알 카에다의 우두머리(kingpin)"라고 발표했다. 애리 플라이셔 미 백악관 대변인도 "미 정보기관도 체포 작전에 관여했다"고 밝혔다.

그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측은 조만간 미국이나 제3국의 안전한 장소로 옮겨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 합동 신문을 거쳐 미 군사법정에 기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방향

미 언론들은 그가 작전 및 조직관리 책임자로서 알 카에다의 모든 테러 행위에 관여했기 때문에 9·11 사건의 전모, 알 카에다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의 생사 여부와 행방, 앞으로의 테러 계획 및 알 카에다 잔당의 소재 등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매그너스 랜스톱 스코들랜드 성 앤드류대학 테러연구소장은 "모하메드가 모든 열쇠를 쥐고 있다"며 "세계 각지의 테러조직과 연결돼 있는 그는 계획 중인 모든 테러, 테러별 관련자, 테러 계획이 진행되는 장소 등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테러의 꼭지점인 모하메드가 풀리면 모든 것이 풀릴 것이라는 얘기다.

9·11 테러를 지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그는 9·11의 전모를 밝히는 데 결정적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9·11에 가담한 범인 19명 전원이 사망해 누가 어떤 계통을 통해 테러 지시를 받았는지 등 구체적 내막을 밝혀내지 못한 미국은 그의 입을 통해 이 공백들을 메울 수 있게 됐다.

수사 당국은 특히 살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빈 라덴의 행방, 알 카에다 2인자인 아이만 알 자와히리의 은신처 등에 대한 정보도 캐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모하메드가 직접 관장하는 남아시아 및 유럽 내 테러 세포의 전모, 알 카에다의 화생방무기 보유 여부 및 생화학 테러 계획 수립 여부 등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미소 짓는 미국

미 언론들은 모하메드 체포를 '결정적 순간의 결정적 체포'라고 묘사하면서 이라크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욕 타임스는 "미 행정부는 테러와의 전쟁과 별 상관 없는 이라크전을 추진하면서 알 카에다의 테러 위협은 소홀히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이라크전을 시작했을 때 미국에서 알 카에다가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을 줄임으로써 국내 명분 축적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언론들은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의 전쟁 반대 움직임에 직면한 미국이 또 다른 카드를 쥘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모하메드를 통해 이라크 정권과 알 카에다의 연계가 드러나 준다면 미국으로서는 호재 중의 호재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 모하메드는 누구

1일 파키스탄에서 체포된 칼리드 샤이크 모하메드(37)는 알 카에다의 테러 작전 기획과 조직 운영을 총괄한 인물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최근 "오사마 빈 라덴이 알 카에다의 설계자라면 모하메드는 엔지니어"라고 묘사했다.

모하메드는 알 카에다의 창시자인 빈 라덴(46·수배 중)과 2인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52·수배 중)에 이어 서열 3위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01년 말 시작된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 이후 체포 또는 사살된 알 카에다 조직원 가운데 가장 거물급이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모하메드를 1급 지명수배자로 지목하고, 결정적 정보 제공자에게 최소 2,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다는 사실은 그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 미국은 모하메드가 3,000여 명의 사망자를 낸 2001년 9·11 테러를 기획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지난 해 말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모하메드는 9·11을 실행할 요원 한 명 한 명을 테스트해 선발하고 미국에 머무르며 직접 작전 계획을 지시하는 등 고도의 치밀성을 보였다. 그는 9·11 감행 며칠 전 미국을 탈출,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오가며 은신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MSNBC 방송은 올 초 FBI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모하메드를 체포하지 못하는 것은 불량국가에 핵무기 몇 기를 제공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보도했다. '테러 제조기'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최근 10년 동안 세계를 들썩이게 한 테러 중 그가 연루되지 않은 사건은 거의 없다고 한다.

모하메드는 1998년 아프리카 지역 미국 대사관 폭탄 테러와 2000년 10월 예멘에서 발생한 미국 군함 콜호 폭파 사건 및 2001년 12월 미국행 아메리칸항공 여객기 신발 폭탄 테러 등을 직접 기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95년과 99년 필리핀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암살 계획을 세웠으나 실패했다.

그는 95년 동남아에서 미국으로 가는 미국 민간 여객기 12대를 동시 폭파하기 위한 음모를 기획한 혐의로 96년 미국에서 기소됐다. 로이터 통신은 1일 지난 해 1월 파키스탄에서 발생한 월 스트리트 저널 다니엘 펄 기자 납치·살해 사건도 모하메드가 사주했다고 보도했다.

쿠웨이트에서 태어난 모하메드는 86년 미 노스캐롤라이나 농업기술 주립대학을 졸업한 뒤 파키스탄에서 빈 라덴을 우연히 만나 알 카에다에 발을 들여 놓았다. 대학 졸업 이전 행적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아랍어와 영어는 물론 파키스탄 원주민어에도 능통하다.

모하메드는 6명의 사망자를 낸 93년 세계무역센터 폭탄 테러의 주범 람지 유세프(43)의 삼촌이며, 형도 알 카에다 고위급 요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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