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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왕치와 소새와 개미

입력
2003.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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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식 글 최민오 그림 다림·발행8,000원 초등 저학년까지옛날 옛적에 왕치와 소새와 개미가 한 집에 살았다. 핏줄은 다르지만 형제처럼 지내는 친구들. 하지만 소새, 개미와 달리 왕치는 부지런하지 못해 늘 구박을 받는다. 가을이 되자 셋이 돌아가며 잔치를 차리기로 했다.

첫날은 개미가 밥 광주리를 이고 가는 아주머니의 다리를 물어 쏟아진 밥으로 포식하고, 둘째 날은 소새가 물가에서 잡은 잉어를 배불리 먹는다.

드디어 왕치 차례. 눈치만 살피며 엿판에 접근해 보고, 들에도 나가 보지만 번번이 실패다. 설상가상으로 잉어에게 잡아 먹히는 신세까지 됐다.

능청맞고 뻔뻔스런 왕치의 됨됨이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나온다. 죽을 지경이 된 왕치였지만 그 잉어를 소새가 우연히 잡아오는 바람에 뱃속에서 뛰어나와 살게 됐다. 그런데 왕치하는 말 한번 들어보자. "휘! 더워! 어서들 먹게! 아, 이놈의 걸 내가 잡느라고 어떻게 애를 썼던지! 에이 덥다! 어서들 먹게!"

'태평천하' '탁류'로 잘 알려진 작가 채만식이 1941년 문예지 '문장'에 발표한 우화 소설 '왕치와 소새와 개미'를 그림과 함께 역은 이 책은 게으르고 뻔뻔한 인간을 왕치에 빗대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해 한자어와 어려운 옛말을 현대어에 맞게 고치고 작가만의 판소리계 사투리와 말맛은 되도록 그대로 살렸다.

'좋을씨구나' '부우연 흰쌀밥에, 얼큰한 풋김치에, 구수우한 된장찌개에, 짭짤한 자반 갈치 토막에, 골콤한 새우젓에' 등의 대목은 읽는 맛이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최민오씨의 과감한 구도와 역동적 터치도 이야기의 재미를 살리고 있다.

능청맞고 뻔뻔한 데다 공짜를 좋아하는 왕치는 머리가 훌러덩 벗어지고, 왕치를 못마땅하게 여긴 소새의 주둥이는 뚜우 나오며 개미는 너무 웃다가 그만 허리가 잘록해졌다는 이야기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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