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7일 조각 배경을 설명하면서 "정치권과 내가 제안한, 그리고 앞으로 정식 제안할 선거구제와 권력구조에 대한 대협상이 이뤄진다면 그건 특별한 상황이므로 장관들의 임기는 중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후 맥락으로 봐서 특별한 상황이 없는 한 장관들의 임기를 가급적 보장해 주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는 어법임이 틀림없다.하지만 노 대통령의 머리 속에 선거구제와 권력구조에 대한 구상이 들어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얘기가 나왔을 것이라는 지적이 가능하다. 그는 당선자 시절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꿀 필요성과, 17대 국회 임기 후반(2006년)에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의 공론화를 제기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와 분권형제 개헌을 염두에 두고 이 같은 얘기를 했는지, 아니면 더 다듬어야 할 계획을 부지불식간에 잘못 말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전자라면 구체적 복안을 밝히는 게 순서일 것이고, 후자라면 또 실언을 한 셈이다.
선거구제는 정치지형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며, 개헌은 국가의 기본에 관한 문제다. 이처럼 중차대한 문제를 별다른 부연설명도 없이 불쑥 던지는 게 과연 바람직한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한나라당은 이미 중·대선거구제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부터 정치개혁에 강한 의욕을 보였고, 인수위 산하에 정치개혁 연구실을 별도로 설치하기까지 했다. 노 대통령은 "선거구제와 권력구조에 대해 앞으로 정식 제안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치권, 특히 한나라당 등 야당을 상대로 대협상을 시도할 계획도 내비쳤다.
노 대통령과 청와대는 발언의 진의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밝히는 게 좋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