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초대 장관직에 옛 경제기획원(EPB)과 재무부(MOF) 등 범 재정경제부 출신 관료가 5명이나 발탁되면서 과거 '모피아(MOFIA·재무부 금융정책국 출신의 핵심 인맥)'와 '예산 마피아(EPB 예산실 출신의 핵심 인맥)'가 부활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옛 재정경제원(1994∼97년)에서 한솥밥을 먹던 범 재경부 출신 장관은 김진표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 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 이영탁 국무조정실장 등 5명이다.
김 부총리는 재무부 세제심의관, 재경부 세제실장 등 세제 분야의 요직을 두루 역임한 모피아의 맏형 격이며, 김 부총리의 행시 13회 동기인 박 예산처 장관은 EPB 시절부터 예산분야에서 주로 일해 온 예산 마피아의 선임이다. 또 최 건교부, 윤 산자부 장관은 경제기획원과 재무부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며, 이 국무조정실장 역시 경제기획원과 재무부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재경부 관료들은 김 부총리가 재경부를 떠난 지 1년 만에 화려하게 복귀한데다, 하마평에 오르지 않던 윤진식 차관이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영전하는 등 범 재경부 출신이 대거 입각하자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재경부의 한 국장은 "DJ정부 시절 5차례 조각과 개각에서 범 재경부 출신 입각이 많아야 3명에 불과했다"면서 "한때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몰렸던 재경부가 IMF 체제를 단기간에 극복하면서 새롭게 평가를 받고 있는 것 아니냐"며 흐뭇해 했다.
반면 내부 출신 장관 임명을 고대하던 산자부, 건교부 등은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오영교 KOTRA 사장 등 전직 차관급 관료가 유력하다는 보도에 잔뜩 기대를 걸었던 산자부는 한번도 거론된 적이 없던 윤 차관이 임명되자 "역시 파워가 약한 부서"라며 허탈감에 빠졌다.
금융전문가인 윤 장관이 복잡한 실물경제에 대처로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산자부 관계자는 "임창열, 정덕구씨에 이어 3번째로 재경부 쪽에서 내려온 '낙하산' 성격의 인사"라며 "과거 외부 인사들이 업무 능력상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산자부 직장협의회도 입장 발표를 통해 "탄력을 받던 수출진흥정책과 조직 연대감이 저해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건교부 관료들 역시 추병직 차관의 사상 첫 내부 승진이 거론되다 막판에 뒤집히자 "예외 없이 낙하산 인사만 오고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비록 최 장관이 5년 전 건교부 차관을 지내기는 했지만, 국토계획이나 주택·교통문제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김태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현 금융통화위원)은 새 정부의 경제팀 인선에 대해 "과거식 인선이 되풀이 됐다"며 "재벌과 수구세력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고 비판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외환위기의 원인 중 하나가 관료주의이고, 개혁을 제대로 안 해서 경제가 6, 7년 뒤로 간 것이 엊그제"라며 "개혁과 안정은 선택이 아니며 개혁을 해야 안정이 된다"고 지적하고, 금융감독위원장과 공정거래위원장에 개혁형 인사의 발탁을 주문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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