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 카슨 지음, 이충호 옮김 양철북 발행 1만3,800원"새가 1년을 날아도 다 갈 수 없는 바다. 그것은 너무나도 광활하고 두렵도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BC 800?∼BC 750)는 바다를 그렇게 노래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바다는 미지의 영역이고 신비의 대상이다. 과학이 바다에 다가서서 그 껍질을 하나하나 벗겨내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무궁무진한 부분이 공백으로 남아 있다.
'우리를 둘러싼 바다'는 지금까지 밝혀진 바다의 물리 화학 생물 지질 등을 설명한 개설서이다. 미국의 해양생물학자 레이첼 카슨(1907∼1964)이 1951년에 낸 이 책은 바다의 탄생에서부터 그 안에 살고 있는 생물, 해류의 역동적 움직임과 역할 등을 대중의 눈높이에서 보여주고 있다.
1부 '어머니 바다', 2부 '끊임없이 움직이는 바다', 3부 '인간과 바다'로 나뉘어 있다. 그는 지구상의 생명체를 처음 잉태한 바다를 '어머니'라고 불렀다. 어류 양서류 포유류의 체액 속에 바닷물과 비슷한 비율의 나트륨 칼륨 칼슘이 들어있고 육지동물의 초기 배(胚) 발생이 어류와 비슷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동시에 바다의 퇴적물은 일종의 '타임캡슐'로 지구 탄생의 비밀을 밝혀줄 열쇠라고 여긴다. 퇴적물의 성질과 연속적으로 쌓인 층에는 그 위를 덮었던 물과 주변의 땅에서 일어난 지구상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그는 달이 지구에서 떨어져 나가 생긴 것이라는 가설도 제기했다.
해저 지진으로 생기는 바다의 움직임도 흥미롭다. 358년에 지중해 동부연안을 덮친 해일은 알렉산드리아 도시건물 위에 배들을 옮겨 놓으며 수만명을 삼켰고, 보통 시속 750㎞로 달려가 피해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바다로부터 인류가 받는 혜택은 엄청나다. 그 중 하나가 바다의 온도 조절기능. 적도의 뜨거운 열에너지를 받아 따뜻해진 해류는 양극으로 움직이면서 지구의 보일러 역할을 하고, 극 쪽의 차가운 물은 중앙으로 흐르는 냉각수가 되기도 하다.
또한 바다는 지구의 가장 거대한 무기물의 보고이다. 바닷물 1.6㎢ 속에는 1억 6,600만톤의 소금이 녹아 있다. 바닷물 속에 들어있는 원소 중 인간의 꿈을 부풀게 하는 것은 금이다. 바닷물에는 수십억명을 백만장자로 만들어줄 만큼 많은 양이 들어있다. 실제로 독일 화학자 프리츠 하버는 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24∼28년 전쟁배상금을 갚기 위해 바닷물에서 금을 추출하려고 했다. 추출 비용이 금값보다 많이 들어 포기하고 말았지만.
이와 함께 저자는 환경오염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는다. 그는 "강대국이 바다를 핵 쓰레기장으로 만들며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며 "정작 위험에 빠지는 것은 인간"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10년 후인 1961년에는 '침묵의 봄'을 통해 환경호르몬의 위협을 경고하면서 환경운동 투사로 변신했다.
반세기 전에 씌어진 이 책은 그 동안 연구의 진전으로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기초지식은 아직 유용하다. 미국 뉴욕주립대의 저명한 해양생물학자 제프리 레빈턴교수가 1989년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에서 개정판을 낼 때 그 동안의 연구성과를 첨가, 책에 다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김웅서 한국해양연구원 박사는 "카슨의 해양 연구 이후 갈라파고스 해역에서 광합성을 하지 않고도 살아 있는 식물을 발견하는 등 진전이 있었다"며 "하지만 바다에 관한 전반적 지식을 이처럼 풍부한 감성을 담아 쓴 책은 드물다"고 평가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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