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법무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법무부 문민화'와 '서열관행 파괴'를 강조하면서 검찰 조직 및 인사에 일대 격변이 점쳐지고 있다.강 장관은 27일 취임식에서 "법무부는 검찰 중심으로 운영되던 관행에서 탈피, 전문행정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한데 이어 28일에는 "법무부의 검찰 출신 인사를 줄여 나가고, 대신 전문 행정관료를 영입하겠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꾸준히 제기해 온 '법무-검찰 분리론'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법무-검찰 분리론'의 골자는 검찰 관리감독을 위한 최소한의 기능을 제외한 나머지 법무부내 검찰조직을 대폭 축소한다는 것이다. 현재 법무부에는 4개 실·국에 4명의 검사장 등 56명의 검사들이 근무하고 있다. 이중 검찰국을 제외한 기획관리실 법무실 보호국은 업무성격상 굳이 검찰이 맡아야 할 이유가 없으며, 검찰국도 인사 등 최소 기능만 남기고 검찰수사에 대한 지휘·감독 기능은 없애는 등 조직을 슬림화해야 한다는 것이 분리론의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전체 파견검사가 20명 안팎으로 줄고, 4개 실·국장 자리도 외부인사나 차장검사급 이하 검사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커 검사장 자리 4곳이 비게 된다. 이에 대비해 법무부는 재경지청 5곳을 검찰청으로 승격시켜 검사장 자리를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나 법령 개정에 시간이 걸려 3월 검사장 인사에서는 적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3월 인사에서 기수와 서열파괴가 어느 수준에서 이뤄질지도 초미의 관심사. 검찰 안팎에서는 현재 사시 18회까지 배출된 검사장을 21회 이하에서 발탁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진급에서 탈락하거나 후배보다 뒤처진 검찰 간부들의 반발 및 조직 동요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 예상이다. 반면 서열파괴가 예상외로 클 경우 오히려 후배가 먼저 진급하면 옷을 벗는 오랜 관행이 깨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종찬(李鍾燦) 서울고검장 등 김각영(金珏泳) 검찰총장과 동기인 사시 12회 인사들이 '서열파괴'를 이유로 자리를 고수할지도 주목된다. 대검의 한 간부는 "검찰 조직을 모르는 장관인 만큼 인사에서 다른 사람의 의견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과연 얼마나 합리적인 의견을 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