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에 열리는 두 상반된 집회는 보혁갈등 문제를 다시 생각케 한다. 보수진영의 단체는 '반핵 반김 3·1절 국민대회'를 시청앞 광장에서 연다. 진보진영은 북측 대표단도 초청해 '평화와 통일을 위한 3·1 민족대회'를 워커힐 호텔에서 열기로 했다. 또 여중생 사건 범국민대책위는 탑골공원에서 '민족자주 반전평화 실현대회'를 열고 예의 촛불시위를 할 계획이다. 시청앞 집회는 김정일 정권 및 국내 북한 추종세력에 대한 경고와 반미에 대한 반대를 위해 열리며, 나머지 두 행사는 북과의 공존이나 반미정서를 담아 기획된 것이다.원래 우리나라에서의 보혁갈등은 사회발전의 방법론에 관한 견해차로 인해 빚어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주로 북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며 최근에는 여중생 사망사건과 대선을 계기로 반미라는 문제가 중첩됐다. 대선 후보별 지지층의 분화와 새 정부의 미국에 대한 자세는 반미를 부추긴다는 인식까지 심어주게 됐다.
두 행사를 앞두고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한 100여명의 인사들이 성명을 내고 단합을 촉구한 것도 이 문제가 한국사회의 양극화를 가속시키는 위험요인이기 때문이다. 북한과 미국에 대해 적대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나 북핵의 위험성을 외면한 채 반미를 외치는 것 모두 민족의 생존과 자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3·1절은 특정 세력이나 이념의 필요에 의해 그 의미가 편집되는 날일 수 없다. 두 진영은 대립을 자제해야 하며 전쟁 방지와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본질적으로 보혁갈등은 이념에 관한 문제이므로 조화와 융합이 쉽지 않다. 그러나 모든 갈등에는 역기능과 부작용만 있는 것이 아니며 나름대로 순기능도 있다. 새 정부는 분권과 통합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도 그 순기능을 살려 통합을 모색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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