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를 좋아하고, 붉은악마의 감동도 함께 했습니다."새 정부의 첫 내각진용이 모습을 드러낸 27일 오후 문화관광부 기자실. 다소의 논란 끝에 입각한 이창동(李滄東) 장관이 짬을 내 기자들의 질문에 응했다. 그가 영화감독 출신인 탓인지 문화 부문에 대한 얘기가 주류를 이뤘지만, 문화부 업무의 한 축인 스포츠에 대한 '단상'도 들려왔다.
"솔직히 (체육업무에 대해) 구체적 내용은 잘 모릅니다. 다만 국민과 행정의 거리를 좁히고 상식과 합리적 가치를 찾는 게 개혁이며 이는 체육도 마찬가지겠지요." 스포츠에는 '문외한'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엘리트체육과 함께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자세로 생활체육도 육성하겠다"며 이상적인 포부도 내비쳤다.
하루가 지난 28일 오후. 문화부에서는 신임 장관 업무보고가 한창인 가운데 체육계 안팎에는 그에 대한 평이 오르내렸다. 우선 "자유분방하고 아이디어가 많아 현안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등 긍정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문화부 담을 넘어서면 "영화감독도 감독이니 어떤 종목을 맡겨도 잘 할 것" "노무현 정부 초대내각의 파격성을 상징하는 진보적 문화계 인사일 뿐"이라는 체육계의 냉소적 촌평이 떠돌고 있다.
이틀간의 설왕설래만을 놓고 볼 때 이 장관에 대한 체육계의 시각만큼은 긍정보다는 우려가 더 짙어 보인다. 그 이면에는 '문화부 장관=비체육인' 공식이 재현된 데 대한 아쉬움도 배어있다. "(체육계도)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행정은 영화같은 픽션이 아니잖아요"라는 한 체육계 인사의 한마디는 무척 큰 소리로 들려온다.
그래도 기대를 갖는 건 그가 복잡다단한 사회문제를 절묘하게 정리·연출해낸 능력이 행정에서도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그의 대다수 작품과 달리 '장관 이창동'은 해피엔딩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하고 싶다.
이종수 체육부 기자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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