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석산 지음 명진출판 발행·1만2,000원철학자 탁석산(47·사진)씨는 '철학 읽어주는 남자'를 "인생에 도움이 되는 철학책"이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철학책이 한쪽도 넘기기 어려운 것과 달리 "소설을 읽는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면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책의 2부가 그렇다. 그는 사랑과 섹스, 패션과 화장, 유머와 복권, 도박 등 다양한 사회 현상을 철학적으로 풀어보려 시도한다. 영화 '은행나무 침대'나 탤런트 최진실 이승연 등을 사례로 동원해, 철학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호소한다.
예를 들어 그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그 현실적 속성과 실체의 철학 문제로 분석한다.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해요"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실은 상대방의 '속성'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모와 재력 등 그 속성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면 사랑은 효력을 다할까? "사랑한 기억과 예전의 아름다웠던 기억, 그리고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는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새로운 다발을 형성할 수 있다." 그래서 여전히 사랑할 수 있다.
이 같은 분석에 어느 정도로 깊이 있는 철학적 논리가 뒷받침되었는지, 혹은 그 정도로 깊이 있는 철학적 논리가 필요한 것인지 모호하긴 하다. 현대사회는 오히려 철학 아닌 다른 잣대로 명료하게 분석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것과 구별되는 철학의 위력을 알리는 것 또한 우리 시대 철학자의 임무일 것이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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