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합의가 이뤄진 교통사고라 해도 가해자를 형사입건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이며, 나아가 사고 보고서 등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캐비닛에 보관했다면 공용서류 은닉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경찰의 자의적인 교통사고 처리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대법원 2부(주심 강신욱·姜信旭 대법관)는 28일 교통사고 가해자를 정식으로 형사입건하지 않아 직무를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이모(37)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전주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씨는 가해 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했거나,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할 경우 관례상 사건 처리를 안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단지 경찰 실무자들 사이에서 행해지는 부당한 업무처리 방식에 지나지 않고, 이를 관례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경찰의 교통사고 처리지침에 따르면 경찰관은 교통사고가 나면 사고보고서, 수사서류 등을 작성, 24시간내 구속·불구속 수사 여부를 결정하고, 관련 기록을 검찰에 넘기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또 "이씨가 사고 가해자를 입건해 즉시 송치해야 하는데도 형사입건하지 않을 생각으로 사고보고서, 피의자 신문조서, 진단서, 견적서 등을 경찰서 캐비닛에 보관한 행위는 공용서류 은닉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7건의 교통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이유없이 가해자를 입건 수사하지 않고 훈방하는 등 직무를 유기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200만원,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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