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력을 키워라.'최경주(33·슈페리어)가 진정한 톱랭커에 '홀인'하기 위해서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28·미국)와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의 라코스타리조트골프장(파72)에서의 액센추어매치플레이챔피언십 32강전이 이 같은 교훈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승을 올리기는 했지만 톱랭커와의 대결에서 일궈낸 결과는 아니다. 1월 어니 엘스(남아공)와의 메르세데스챔피언십과 지난 주 닛산오픈에서 닉 프라이스(짐바브웨)와의 챔피언조 경기 등 올 시즌 2번의 빅매치에서 최경주는 한 타도 줄이지 못한 채 우승을 넘겨줘야 했다.
전세계 골프팬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우즈와의 대결에서도 마찬가지. 스스로 자신했던 아이언 샷과 퍼팅 감각은 온데 간데 없이 주눅든 플레이로 우즈에게 5홀차의 완패를 당했다.
204야드 짜리 파3 5번홀. 한홀 차로 뒤지기는 했지만 대등한 경기를 펼치던 최경주는 5번 아이언으로 홀컵 옆 5㎝ 거리에 붙인 다음 버디를 낚아내는 우즈의 괴력 앞에 어깨가 처지기 시작했다.
승부는 사실상 여기에서 끝난 셈이다. 이 때부터 최경주의 샷은 클럽 페이스가 열리면서 자꾸만 오른쪽으로 빗나갔다. 우즈에 대한 압박감 속에서 자기 스윙을 하지 못한 탓이다.
홀컵도 최경주를 외면했다. 6번 홀 1.3m짜리 버디 퍼팅을 놓친 최경주는 9번홀과 11,12번 홀 등에서 1∼2m 안팎의 결정적인 퍼팅을 놓치면서 추격 의지를 접어야 했다.
이에 비해 우즈는 경기 운영과 기량 면에서도 최경주를 압도했다. 우즈는 1,2라운드 32홀을 거치는 동안 단 한번의 보기도 범하지 않았다. "실수를 줄이는 것이 최선"이라는 게 우즈의 매치플레이 노하우. 특히 우즈는 폭우가 쏟아진 이날 펀치 샷을 구사해 비에 젖은 그린 위에 공을 그자리에 멈춰 서게 하는 기술로 갤러리의 탄성을 이끌어냈다.
최경주는 "우즈는 역시 세계 1위다웠다"며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다음 메이저대회에서 만나도 해볼 만하다는 자신을 얻었다"며 내일을 기약했다.
한편 세계랭킹 3위 필 미켈슨(미국)과 8위 데이비드 톰스(미국)가 32강 고개를 넘은 것과는 달리 데이비스 러브3세(미국)와 마이크 위어(캐나다)는 각각 대런 클라크(북아일랜드)와 제리 켈리(미국)에 발목이 잡혔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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