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연행 피해자 명부 수집은 선조들의 피해배상과 그들의 체험담, 증언을 역사로 남기기 위한 작은 밑거름일 뿐입니다."3·1절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일제시대 강제 연행된 조선인 피해자 41만여명의 명단이 기재된 79점의 명부를 국내 처음으로 공개한 일본 조총련 산하 '조선인강제연행진상조사단'의 홍상진(洪祥進·51) 사무국장은 "기록은 남지만 사람은 남지 않는다"는 한마디로 명부 수집의 의미를 표현했다.
제주도가 본적인 홍씨가 명부 수집에 쏟은 시간만 따져도 무려 31년. 일본 교토대에서 비교교육학을 전공하던 그는 1972년부터 조사단 회원 60여명과 함께 일본 전역을 돌며 기업, 연구자, 지자체의 협력으로 귀중자료를 수집했다. 평양 조선혁명박물관, 미국 워싱턴국립고문서관에서도 명부를 발견했다. "재일동포로서 역사의식 없이 일본에서 살기 힘들다"는 것이 명부 찾기에 뛰어든 실질적 동기였다.
순수 민간의 노력으로 발굴한 명부에는 국내에 기록이 전무한 2,300여명의 학도병, 184명의 위안부, '농경대' 징집조선인 피해자 7,300여명의 명단 등이 기재돼 있어 사료의 가치가 엄청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 정부기록보존소에 소장된 기존 명부의 등재인원이 48만여명에 불과한 점을 감안할 때 이날 공개된 명부는 유가족 배상은 물론 한일과거사 기록관 설립운동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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