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해외에서/日서 주목받는 "이라크 르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해외에서/日서 주목받는 "이라크 르포"

입력
2003.03.01 00:00
0 0

세계는 지금 이라크 문제를 둘러싸고 한발한발 다가오고 있는 전쟁의 예감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여 일본에서는 이라크에 관한 서적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이라크에서의 보고' '비상사태의 이라크를 가다' '악의 축을 방문하여' 등 이라크 현지 르포가 많다.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고 있는 책은 '이라크의 작은 다리를 건너서'이다. 이 책은 시인이며 평론가이기도 한 이케자와 나쓰키(池澤夏樹)의 글과 사진가 겸 영화감독 모토하시 세이치(本橋成一)의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쓰키는 미디어가 드러내는 국가중심주의를 지적한다. 예를 들면 9·11 테러 피해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자세히 보도하는 뉴욕타임스에 대해 "테러라는 것을 철저하게 피해자의 입장에서, 죽음을 당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시각에서 보는 자세는 중요하다. 그러나 같은 신문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관한 것은 추상적인 숫자로 밖에 전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그는 '우리' 만 살아있는 인간으로 묘사하여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그들'은 추상적인 숫자로 묘사하여 독자로부터 거리를 두는 보도 태도의 이중성을 지적하면서 "우리의 불행만 강조하는 미디어는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와 '그들'을 너무도 단순하게 이분법적으로 구분해버리는 사고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현재 이라크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과 삶이 담겨있다. "걸프전쟁 이후 미국이 취한 경제제재로 자기 형성에 가장 중요한 10년을 헛되이 보내버렸다"고 한숨을 쉬는 지식인 A씨. 언제 폭탄이 떨어질지도 모르는 가운데 유적을 수리하는데 쓰이는 석재를 공들여 깎고 있는 늙은 석공.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올리는 신부. 얼굴에 흙칠을 하고 눈을 반짝이며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이런 사람들의 머리 위로 폭탄이 떨어지겠지. 상상을 하며 몸서리를 치게 된다.

파월 미 국무장관은 얼마 전 일본을 방문하여 미국의 이라크전쟁에 일본이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는 일―미 안보조약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실질적으로 미국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한편 며칠 전 아사히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78%의 일본국민이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는데 반대한다고 답했다.

전쟁이란 아무 의미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이다. "지금도 전쟁은 피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는 저자의 이 말이 국민적 합의과정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미국을 따라가고 있는 일본 정부의 움직임과 대비되어 더욱 더 절실하게 가슴에 다가온다.

황 선 영 도쿄대 비교문학·문화 박사과정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