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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첫 내각/ 이모저모

입력
2003.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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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봐 주십시오."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7일 새 정부 조각 발표를 마치고 기자회견장을 나서며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이날 발표된 장관들의 면면은 파격적이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이를 발표한 형식은 그에 못지 않은 파격이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고건(高建) 총리와 함께 19명의 장관을 모두 대동한 채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그는 장관들을 뒤에 앉힌 채 직접 마이크를 잡고 인선의 원칙과 배경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청와대 비서실장이 짧은 설명과 함께 내각 명단을 읽어내려 가는 게 관례인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 백악관의 내각 발표 모델을 차용한 형식이다.

그는 민감한 기자들의 질문도 피해가지 않고 마치 논쟁을 벌이듯 공세적인 답변을 했다. 김화중(金花中) 보건복지부 장관을 겨냥한 질문이 나왔을 때는 "내 아내와는 상관 없습니다"라고 먼저 받아 쳤다. 시민단체에서 전문성이 결여됐다며 비판이 제기되고, 김 장관 임명이 대선 때 권양숙(權良淑) 여사를 수행한 것 때문 아니냐는 질문 의도를 읽은 것이다. 노 대통령은 "보건복지 현안에 대해 김 장관에게 물어보라, 나는 확신한다"며 강하게 김 장관을 옹호했다.

또 40대 군수 출신 행자부 장관, 40대 변호사의 법무부 장관 임명이 파격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내 인사가 파격이 아니라 그것을 파격으로 보는 시각이 타성에 젖은 것"이라고 역공을 취하기도 했다. 다만 교육부총리 인선의 진통이 고건 총리와의 의견차 때문이냐는 질문에는 "인물을 못 찾았다"는 말로 피해갔다.

노 대통령은 "사실 오늘 걱정이 많았지만 임명장 수여하고 차 한잔을 하면서 장관들과 얘기를 나누니 아주 기분이 좋아져 여기까지 싱글벙글 웃으면서 왔다"며 시종 흐뭇해 했다.

이에 앞서 청와대 본관에서 있었던 임명장 수여식도 파격이긴 마찬가지였다. 신임 각료들과 개별사진을 찍는 중 멀찍이 서있는 고 총리를 보고 "잘못하는 것 같다, 총리하고 찍어야 한다"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노 대통령은 "이래야 장관의 (총리 밑) 소속이 분명해 진다"며 '총리-대통령-신임각료'형식의 3인조 사진을 일일히 새로 찍었다.

노 대통령은 수여식이 끝난 뒤 춘추관 기자회견장으로 향할 때도 대통령 전용차량 대신 장관들과 함께 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대통령과 장관들은 쉴새 없이 얘기를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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