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건설로 땅도, 일도 잃었는데 빈 땅에 골프장 이라니오?" 지난달말 인천 중구 영종출장소에서 열린 인천국제공항 유휴지 골프장 설명회는 주민들의 격렬한 목소리가 이어져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골프장 사업 시행자 클럽폴라리스(주)가 마련한 이날 설명회에서 주민들은 "국가사업이라 해 모든 것 포기하고 협조했는데 기껏 빈 땅에 골프장이란 말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 반발이 계속되자 주최측은 "여러분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형식적 답변으로일관한 뒤 설명회를 끝냈다.골프장 건설 붐
인천에는 현재 서구 경서동 국제CC(18홀), 서구 원창동 그랜드CC(18홀), 퍼블릭 코스인 송도유원지(8홀) 등 3곳의 골프장이 있다. 그러나 2010년까지 18홀 이상 대형 골프장 12곳(총 440만여평)의 건설이 계획돼 있다. 여의도의 5배나 되는 땅이 골프장으로 변하는 셈이다.
중구 운서동 신불·삼목도지역에 들어서는 인천공항 유휴지 골프장은 54홀 자리와 18홀 짜리 등 2곳. 사업시행자는 임광토건 교보생명 등 8개사가 참여한 클럽폴라리스 컨소시엄이다. 8월 착공해 2006년 완공한다. 부지는 인천공항공사로부터 임대했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서북부매립지와, 송도신도시에도 18홀 규모의 골프장 3곳(90만평)과 27홀 규모의 골프장 1곳(30만평) 내년부터 조성된다. 서북부매립지는 농업기반공사 소유의 땅이고 송도신도시는 인천시가 사업자에게 매각했다.
2001년 매립 완료된 수도권매립지내 골프장 건설도 추진되고 있다. 최근 54홀 규모(123만평)의 대형 골프장 건설을 위한 세부계획 수립이 시작됐다. 강화군 내가면 고천리 관광레저단지, 남동구 고잔동 한국화약 창고부지에도 18홀 규모 골프장 건설이 각각 계획돼 있다.
시민 휴식공간 늘려야
주민과 환경단체는 골프장 건설보다는 공원, 체육시설 확충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환경단체의 한 관계자는 "골프장에는 하루 2,400∼3,200톤의 물이 필요해 주민 식수원인 지하수가 고갈될 가능성이 있다"며 "골프장이 영종도와 공항의 남북단을 가로 질러 생태계를 단절하고 주민 교통에 불편을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환경운동연합은 최근 성명서를 내고 "공항 유휴지 인근개펄은 희귀 철새 서식지여서 생태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라며 골프장 건설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주민들도 거부감이 강하다. 운서동 주민대책위 정지용(61) 회장은 "골프장이들어서면 도로 단절 등으로 마을이 고립될 수 있다"며 "골프장 농약이 바다로 흘러가면 신불도 어민 200여 가구는 생업에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대책을 요구했다.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국장은 "인천시 등 공공기관이 눈앞의 수입에 눈이 어두워 골프장을 유치하려 한다"며 "인천은 공원, 녹지가 특히 부족하기 때문에 빈 땅이 있으면 특정 계층을 위한 골프장 보다 시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체육시설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골프장 사업자가낸 환경, 교통영향평가서를 면밀히 검토, 문제가 있다면 승인을 보류할 방침"이라고말했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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