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盧建平·사진)씨의 인사개입·청탁 논란이 정치쟁점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노씨측은 27일 "인사에 개입하거나 청탁을 한 적은 일절 없다"며 세간의 의혹을 부인했지만 야당은 건평씨 의혹을 집중 거론하며 공세를 폈다.한나라당 박종희(朴鍾熙)대변인은 이날 "전직 대통령 아들들의 인사개입 등 악몽 같은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떠오른다"며 "김해시 진영 봉하마을의 건평씨 집은 관청 민원실을 방불할 정도"라고 의혹을 부각시켰다.
그는 또 "지역이름을 따 노씨를 '봉하대군'이라 부르기도 한다"며 "'특수감옥'이라도 만들어 친인척 발호를 뿌리뽑지 않으면 나라에 희망이 없다"고 촉구했다.
노씨는 27일 전화통화에서 국세청장 인선과정에의 개입의혹과 관련, "국세청장 후보로 내가 밀고 있다는 K씨와는 개인적으로 알지도 못하고 만난 적도 없다"며 의혹을 강력 부인했다.
그러나 노씨는 곽씨를 청장 적임자로 거론해 온 사실은 부인하지 않았다. 10년간 세무공무원으로 일한 경력이 있는 노씨는 "전 동료직원들과 만나 K씨가 능력있는 사람으로 청장 적임자라고 얘기했었다"고 말했다.
노씨는 또 "능력으로 보나, 조직 장악력으로 보나 K씨가 청장이 되는 것이 순리에 맞다. 당선자와 같은 지역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배제된다면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씨의 이 같은 평소 언행이 인사개입설을 더욱 증폭시켰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노씨는 "동생에게 K씨를 추천하거나 다른 청탁을 한 적은 없다"고 노 대통령과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노씨는 또 지난해 말 서울경찰청에 전화를 건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치안감 인사관련 청탁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노씨는 "지난해 말 내가 경찰 치안감 인사에 개입했다는 음해성 루머가 나돌아 집에 찾아온 민주당측 인사들이 '소문을 퍼뜨리는 경찰관을 단속해야 한다'면서 경찰에 전화한 것"이라며 "그러나 경찰직원이 장난전화로 오인, 말다툼을 하다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씨는 각종 인사청탁과 함께 이력서를 받은 사실과 제주도의 모 공무원에게 근무지를 바꿔달라는 청탁을 받은 사실은 시인했다. 더구나 하루에도 수십명씩의 인사들이 노씨의 집을 방문하고 선물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의혹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노씨는 "절대로 돈은 받은 적이 없고 각종 부탁이 들어와도 조언만 해준다"며 "정말 억울하고 발을 동동 구를 판"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청와대는 "인사청탁하면 패가망신시키겠다"는 노 대통령의 당선 일성에도 불구, 취임 초부터 친인척의 인사청탁 의혹이 불거지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일체의 공식 언급을 피한 채 자체 진상조사에 나선 상태다.
민주당도 파문이 커지자 "동네이장 같은 순박한 분이 우쭐해서 그런 모양"이라며 애써 진화한 뒤 "권력형 비리로 번지지 않도록 진상을 파악해야 한다"며 청와대의 철저한 친인척 관리를 주문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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