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영어뮤지컬을 보러 가고 싶은데 영어를 잘 못하는 우리 아이들도 공연을 볼 수 있을까?" 최근 어린이 영어뮤지컬 공연이 잇따르면서 이처럼 고민하는 부모들이 많다. 음악과 율동, 스토리가 있는 영어뮤지컬이 영어에 흥미를 심어줄 수 있는 매체라는 점에는 이의가 없지만, 아이에 따라서는 부작용이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실제로 엄마에게 강제로 끌려온 초등학교 고학년 자녀가 공연이 시작되자 마자 잠들자 아이를 깨우려고 씨름하는 엄마를 보기 힘들지 않다.하지만 요즘 무대에 올려지는 뮤지컬은 대사에 나오는 영어 단어가 100단어 수준을 넘지 않고 대사 외에도 배경미술이나 제스처 등으로 뜻을 전달하기 때문에 영어가 충분하지 않은 어린이도 충분히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눈 앞의 무대에서 배우들이 영어로 얘기하고 노래하는 뮤지컬을 보면서 '영어가 골치 아픈 것만은 아닌 것'으로 동기유발도 가능하다.
요즘 인기를 모으는 대표적 어린이 영어뮤지컬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라트어린이극장의 '리틀드래곤', 종로구 동숭동 아리랑극장의 '어린왕자',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컨퍼런스룸의 '하우스 오브 테일스' 등이다.
라트어린이극장은 어린어영어뮤지컬 전용극장을 표방하고 지난해 문을 연 이후 첫 공연인 '리틀드래곤'이 호평을 받으면서, 어린이영어뮤지컬 붐을 이끌고 있다.
호주인 뮤지컬 연출가가 연출을 맡고 원어민 배우들이 출연하는 본격 영어뮤지컬이다. 리틀드래곤 알이 지구에 떨어져 부화한 뒤 자기와 똑같이 생긴 친구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으로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유치원생에서 초등생까지 즐길 만 하다. 조명 음향 연기 등에서도 수준급. 새 뮤지컬 '스트레인지 수프(이상한 수프)'도 4월에 무대에 올린다. 3만원 (02)540-3856.
'어린왕자'는 8년째 어린이 영어뮤지컬을 올려온 서울극단이 만들었다. '춘향의 사랑이야기' '흥부놀보전' '오즈의마법사' 등 초등학생들이 즐겨 읽는 고전들을 무대에 올려왔으며 특히 오디션을 거쳐 선발한 초등학생 배우들이 영어로 공연한다는 점이 특색이다. '어린왕자'는 원작에 반전 메시지를 가미해 각색한 작품. 자기 또래의 어린이들이 연기를 해 아이들에게 동기유발을 할 수 있다. 3월2일까지 공연. 1만원. (02)3673-2086.
애플트리에듀엔터테인먼트가 기획한 '하우스오브테일스'는 미국 TV의 인기인형극 '세서미스트리트' 출연진이 등장하는 영어뮤지컬로 차별과 화해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한국인 출연자가 도중에 설명을 해 이해를 돕고 있다. 3월2일까지. 2만5,000∼3만5,000원. (02) 582-4564.
대사를 모두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뮤지컬을 즐길 수 있지만, 미리 공연 내용을 숙지하고 갈 필요가 있다. 어린이영어교육사이트 '맘스쿨'을 운영하는 서현주씨는 "뮤지컬 내용을 담은 비디오를 미리 아이에게 보여주고 노래도 익힌 뒤 공연을 보러 가면 아이들이 공연을 훨씬 더 잘 즐길 수 있다"고 조언한다.
또 그는 "뮤지컬 공연을 보러갈 때 영어학습에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관람 태도를 가르쳐야 한다"고 덧붙인다. 좁은 공연장에서 뛰어 다닌다든지, 공연이 끝난 뒤 출연배우 인형들과의 사진촬영 때 서로 사진을 찍기 위해 밀치는 등의 행동은 피해야 한다.
다만 영어뮤지컬 붐을 타고 이곳 저곳에서 올려지는 공연이 모두 영어대사의 정확성이나 공연의 수준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공연 평을 미리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김동선기자 wee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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