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은 반드시 친아버지의 성을 따라야 하는가. 호주제에 근거한 친부 성씨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서울지법 북부지원이 '자녀는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른다'는 현행 민법 제781조 제1항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 재판소에 위헌심판 제청을 했기 때문. 친부 성씨 위헌 여부는 호주제의 존폐를 가늠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 여성단체 등은 "재혼 가정 자녀의 고통을 덜어주어야 한다"고 적극 찬성하는 반면 유림 등은 "가정이 깨졌다고 타고난 성(姓)마저 바꿀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곽배희 가정법률상담소장과 정환담 전남대 법대 교수로부터 양측 주장을 들어 보았다./김지영기자 koshaq@hk.co.kr
● 안따라도 된다
최근 서울지법의 위헌심판 제청은 호적정정신청과 위헌심판제청신청을 낸 14세 소년에서 비롯되었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당사자들에게는 너무 고통스러운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이는 민주사회 시민으로서 자신의 권리와 행복을 지키기 위한 행동으로 우리 사회도 적극적으로 응답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자녀가 반드시 친아버지의 성을 따르도록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우리 나라는 이를 고집하고 있다. 보편적 인권에 반하는 것을 전통의 이름으로 고집해서는 안된다.
가장 현실적으로 재혼 가정 자녀들의 성(姓)이 문제가 된다. 결혼한 2.5 쌍 가운데 한 쌍이 이혼하는 우리 사회에서 재혼도 급증하고 있다. 이혼 이후 친권자가 어머니로 지정된 경우가 아버지의 경우보다 2배나 많다. 그러나 자녀를 데리고 재혼하는 여성의 자녀들은 새 아버지와 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고통을 당하고 이것은 다시 새로운 가정의 갈등요인이 된다.
1998년 법무부는 성 변경을 비롯, 친자와 같은 양자라는 개념을 가진 친양자 제도의 신설을 포함한 민법 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였으나 폐기되었고 2000년에 내용을 보완해 다시 제출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조차 의결은커녕 상정도 방치되어 있다.
이제 원칙적으로 자녀의 성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하며 그 이전에 하루라도 빨리 친양자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는 재혼가정 자녀들의 평등과 행복을 위해 요구되는 최소한의 사회적 노력이다.
곽 배 희 가정법률상담소장
● 따라야 한다
현행 민법에는 자녀는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는 것(781조 1항) 외에 아버지를 알 수 없는 경우에만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르고(2항), 부부는 동일한 가(家)의 호적에 입적하되 남편이 호주나 가장이 되고(826조 3항), 부인이 호주나 호주승계권자인 경우에만 남편이 부인의 가에 입적할 수 있고, 이 경우 자녀는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른다는 조항이 있다.
이를 요약하면 첫째, 보편적 가족 제도이자 한국 가족제도로 확립된 부가 입적의 원칙을 따르되 예외로서 모가 입적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는 헌법 제9조의 전통문화와 민족문화로 보호할 대상이지 양성차별의 문제가 아니며 입부혼(入夫婚)을 완화하는 방안은 입법론의 문제이지 위헌의 문제가 아니다.
둘째, 성(姓)은 그 출생과 혈통에 관한 정통성을 확인하는 공적 확정이다. 이후 가정이 깨졌더라도 자녀의 출생에 따른 인격권의 기초적 법률관계는 출생시의 기록이 기초가 된다. 졸업생이 사회에 나가 성공했더라도 학적부에 남아 있는 성적을 고칠 수 없는 것처럼 인격의 기초인 호적부를 마음대로 변경할 수는 없다.
셋째, 가족제도는 민족과 국가사회를 결속시키는 기초적 안전망으로서 국가가 정책적으로 보호할 공통정책 영역이며 개인의 행복추구권만으로 고려할 영역이 아니다.
누구도 부모자식, 형제 같은 자연적 혈족을 단절시킬 수 없다. 이는 인도주의에 반한다. 만일 재혼한 어머니가 다시 이혼하거나 사망하고 계부가 재혼한 경우 그 자녀의 법적 지위는 얼마나 비참한가? 자녀를 돕는 것과 자녀를 일방에게만 귀속시키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이다.
정 환 담 전남대 법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