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1조4,0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가 포착됨에 따라 SK에 대한 검찰 수사 방향과 관련자 사법처리 범위 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 진행된 부당 내부거래 사건 등이 그룹 오너인 최태원(崔泰源) SK(주)회장을 겨냥한 것이었다면 분식회계 수사는 SK의 불투명한 경영을 규명하는 것인 만큼 사안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더욱이 검찰은 SK의 분식회계가 수년 전부터 관행시돼온 점을 추가 포착한 것으로 알려져 재벌 기업의 부도덕성에 대한 단죄로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다.SK의 분식회계 혐의가 드러난 27일 검찰 수사 관계자는 "SK글로벌에 대한 압수수색 등을 통해 상당한 자료를 이미 확보했다"며 "일단 2001년도 분식회계 혐의를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과거 몇 년 동안의 자료를 확보했는지에 대해서는 "수사기밀이라 밝힐 수 없다"고 말해 폭넓은 수사가 진행중임을 암시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SK연수원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SK글로벌측의 '분식회계 계획서'를 통째로 입수, 수사팀이 이 계획서를 바탕으로 거꾸로 장부를 꿰맞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SK그룹 전체를 겨냥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검찰이 SK의 모든 계열사를 건드렸다가는 자칫 SK그룹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고 그렇게 될 경우 검찰에 역풍이 몰아닥칠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확전'을 피할 것이라는 전망인 것이다. 수사 관계자도 이날 "다른 계열사에 대한 추가 수사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인 손길승(孫吉丞) 그룹회장 등 관련자들의 사법처리 수위는 검찰이 매우 고심하는 부분이다. 검찰 관계자는 손 회장이 2001년 3월부터 SK글로벌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사법처리 방침을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표이사가 따로 있었고 손 회장이 계열사 업무에 간여한 흔적이 없다는 점 등을 꼽으며 "이면계약 사건 등에 대한 책임만 지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등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담당 회계법인 관계자들에 대한 사법처리도 불가피해졌다. 2001년 대우그룹 사건 당시 검찰은 분식회계를 "경제질서를 문란케 한 사기행위"로 규정, 회사 임직원들과 함께 공인회계사들을 무더기 구속했다. 더욱이 상장사인 SK글로벌의 소액 주주들이 회사측 관계자들과 회계법인을 상대로 형사 고발할 경우 사법처리 대상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강훈기자 hoony@hk.co.kr
■ SK글로벌은 어떤회사
SK글로벌은 SK그룹의 모회사로 정보통신, 플랜트, 기계, 철강, 직물 등 1,500여 품목을 130여 국가에 수출하고 있는 종합상사다.
SK글로벌은 고 최종건(崔鍾建) 회장이 1953년 수원에서 창립한 작은 직물공장인 선경직물회사에서 출발했다. 최종건 회장이 73년 별세, 부사장인 동생 고 최종현(崔鍾賢) 회장이 경영을 맡으면서 선일섬유를 인수하는 등 사세를 확장하면서 회사명을 (주) 선경으로 바꿨다.
99년 SK텔레콤 관련 통신 단말기 유통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SK유통과 2000년 SK에너지판매를 합병한 뒤 사명을 SK상사에서 SK글로벌로 변경했다. SK글로벌은 40여 개의 해외 지사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 18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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