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인물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인수위측은 인수위 활동기간중 이 사실을 알았으나, 이 인물은 인수위 종료시점까지 근무를 계속했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27일 검찰에 의하면 인수위 사회문화 분과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이범재(41)씨는 1994년 발표된 '구국전위'사건의 핵심 관련자로 국가보안법(반국가단체 구성) 위반혐의로 지명수배되어 있었다. 이씨는 '구국전위'의 선전이론책으로서 당시에는 검거되지 않아 기소중지된 상태였다. 이씨는 지난 대선과정에서는 노무현(盧武鉉) 민주당 대선후보의 선대위 장애인특위 부위원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지난 10일께 수배사실을 안 이씨는 인수위 활동 종료시점에 국정원에 스스로 나가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당시 인수위측에도 "94년 당시 1년반 정도 수배생활을 한 뒤에는 여권을 받아 미국, 중국 등을 여행할 정도여서 기소중지 상태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인수위측도 이날 "이씨가 13일께 임채정(林采正) 위원장에게 경위서와 사표를 제출했다"며 "당시 즉각 사표를 처리하도록 지시가 됐다" 밝혔다.
그러나 인수위측의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씨는 인수위 활동 종료시점까지 인수위 업무를 계속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사회문화분과의 한 인사는 "이씨는 인수위 마지막 날까지 나와서 일을 했다"고 말했고 기자들에게 목격되기도 했다. 때문에 인수위측이 이 사실을 알고서도 계속 근무하게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또 인수위측은 정치적 파문을 우려, 이씨가 국정원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은폐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사고 있다.
또 당시 인수위측은 이 사건 뒤 12일부터 부랴부랴 직원 170여명에 대한 신원조회를 착수했다. 인수위법에 의해 직원에 대한 신원조회는 진작 했어야 했지만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새 정부를 준비한 인수위측의 인선과정에서 검증작업의 허술함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구국전위 사건은 1993년 국내에 침투한 조총련 공작원으로부터 지령을 받아 결성된 반국가단체인 '구국전위' 조직원 23명을 이듬해 국가안전기획부, 국군기무사, 경찰청이 합동 수사해 구속, 송치한 사건이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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