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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 선우논강서 열띤 논쟁/"간화선" 수행방식에 문제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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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 선우논강서 열띤 논쟁/"간화선" 수행방식에 문제 제기

입력
2003.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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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 잡은 지 20년이 지났지만 얻은 게 아무 것도 없다. 위파사나가 대안이 될 수 있다면 선방에서도 이를 가르쳐야 한다." "화두선은 최상승 선법이다. 제대로 발심(發心)도, 노력도 하지 않는 수행 풍토가 문제이지 화두선 자체에 흠이 있는 건 아니다."25일 전북 남원 지리산 기슭의 실상사 화림원 강당에서 '간화선과 위파사나, 무엇이 같고 다른가'를 주제로 열린 제7회 선우논강에서는 한국 불교의 전통 수행법인 화두선과 최근 소개가 활발한 남방 불교의 위파사나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선방 수좌 등 100여명의 스님이 참여한 가운데 발제에 나선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각묵 스님은 화두선과 위파사나가 모두 부처의 가르침에 기초한 수행법이라고 전제한 뒤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그는 화두선과 위파사나가 각각 견성(見性)과 해탈(解脫)을 얻기 위한 가장 빠르고 간명한 방법으로 견성과 해탈이라는 구경(究竟)의 경지가 다르지 않으며 선정(禪定)보다 지혜를 중시하는 점도 같다고 주장했다.

다만 참구(參究) 대상이 화두와 법(法)으로 다르고, 화두선이 직관에 기댄다면 위파사나는 분석을 통한 직관이라는 특징이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각묵 스님이 발제 말미에 던진 '한국 간화선에 대한 고언(苦言)'이 이날 논란의 실마리가 됐다. 그는 화두선이 불성, 여래장, 참나(眞我) 등의 말을 사용해 '아트만'(자아)을 세우고 그것과 하나되려는 수행으로 전락, '힌두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선방에서조차 인도 성자 라마나 마하리시의 힌두교적인 '나는 누구인가'를 공부하는 스님들이 있어 불교의 무아(無我) 사상에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또 화두선의 권위의 원천인 인가를 해줄 스승이 없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위파사나로부터 인가를 대신할 법 체계를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상사 주지 도법스님도 "힌두화 등 우리 불교의 모순 가운데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거들었다.

이에 선방 수좌 스님들이 잇따라 반론에 나섰다. 제주 남국선원 선원장 혜국 스님은 기조강연에서 "부처님이 깨달은 연기법과 화두법은 전혀 다르지 않다"며 "화두를 머리로 이해하려고 할 뿐 발심을 하지 못하고 생각 차원으로 끌어내리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논평에 나선 선상담연구원장 인경스님은 "인가는 수행의 점검에 꼭 필요한 과정으로 이는 위파사나에서도 마찬가지"라며 "무너진 선방의 체계를 복원하면 되고, 남방 불교를 따라가기보다 우리의 독자성을 가지고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화두를 힘으로 밀어붙여 타파해야 할 그 무엇으로 여기는 힘의 논리가 팽배해 있다는 각묵 스님의 주장에 대해서도 "생사 문제의 직면과 돌파가 바로 화두선의 힘"이라고 반박했다. 범어사의 설파 스님도 "정말로 실참·실구하는 스님이 얼마나 되는지 묻고 싶다 "며 "수행하지 않고 이론적으로 보고 듣는 데 치중하는 게 문제"라고 화두선을 옹호했다.

그러나 화두선과 위파사나를 함께 수행하고 있다는 부산 구룡사의 한 스님은 "위파사나를 소승으로 폄하하지 말고 강원에서 팔정도, 37조도품 등 수행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불학연구소장 법선 스님도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현실적으로 우리를 이끌어 줄 스승이 드물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발제자가 한국 불교의 현 주소를 제대로 짚었다고 평가했다.

사회를 맡은 백양사 참사랑수행원장 미산 스님은 "이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수행법이 나올 때가 됐다"고 토론을 정리했다. 고 성철 스님 같은 걸출한 선지식들의 뒤를 이을 인물이 배출되지 않고 있는 한국 불교의 고민을 드러낸 자리였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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