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가들의 '셀 코스닥'(sell kosdaq) 행진이 멈추지 않고 있다.외국인들은 지난달 코스닥시장에서 352억원어치를 팔았으며 이달 들어서도 64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닥지수가 반짝 반등했던 26일에도 외국인은 30억원어치를 팔았으며 27일 역시 50억원 이상을 순매도해 17일 이후 9거래일째 순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들어 외국인들이 코스닥시장에서 보인 매매특징은 과거와 달리 우량주를 대거 매도했다는 점이다. 외국인들은 LG마이크론, 서울반도체, 유일전자 등 코스닥시장의 우량주들을 대거 매도했다. 1월 실적이 나빠진 국민카드는 물론이고 디지아이, 백산OPC처럼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30% 이상인 초우량기업들도 외국인들의 '셀 코스닥' 제물이 됐다.
LG마이크론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이 4%이상 떨어진 17%대에 머물렀으며 서울반도체도 외국인들이 5% 이상 지분을 팔아 외국인 지분율이 10%대로 감소했다. 휴대폰 키패드 제조업체인 유일전자도 외국인들이 7% 이상 지분을 매각해 외국인 지분율이 30%대로 줄어들었다.
이 같은 지분율 감소는 코스닥시장의 우량주로 꼽히는 해당 기업들의 주가를 끌어내리며 전체 코스닥 지수 하락을 부채질했다. 기관 및 개인투자가들이 열심히 샀지만 외국인들의 매물을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외국인들이 우량주, 비우량주를 불문하고 매도행진을 이어가는 이유는 거래소의 삼성전자 매매동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 허재환 연구원은 "코스닥시장이 정보기술(IT) 업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보니 삼성전자 주가 및 매매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삼성전자 주가와 실적에 연동된 종목들이 많아서 최근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를 매도하자 반도체장비, 액정표시장치(LCD) 등 우량주로 꼽히는 IT종목들의 매도세가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국내 증시의 부담요인으로 작용하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유가 상승,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이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들의 매도세로 나타났고 코스닥시장도 그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허연구원은 "무엇보다 치솟는 유가가 원유 수입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며 "유가가 오르면서 지난해 12월 경상수지가 8개월 만에 적자로 돌았고 이번달 무역수지도 적자폭이 5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돼 국내기업들의 실적 악화를 우려하는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코스닥기업들은 최근 매도세로 일관하는 외국인들의 시각을 바꿔보고자 해외 기업설명회(IR)를 잇따라 가졌다. 코스닥등록법인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이후 KTF, 국민카드, 한국신용평가, 플레너스, 한성엘컴텍, 신세계푸드 등 6개사가 해외IR을 가졌으나 눈에 띌 만한 외국인 매수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코스닥증권시장 관계자는 "기업들의 실적 악화와 일부 기업들이 일으킨 비도덕적인 문제로 코스닥시장 전체가 신뢰성을 잃다보니 해외IR도 뚜렷한 효과를 못보고 있다"며 "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신뢰 회복이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 매도세를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동양종금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전쟁리스크가 이어지는 다음달 10일까지는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며 그 이후에는 매도세가 둔화될 것으로 본다"며 "지금으로서는 개인투자가들의 추격매도는 의미가 없기 때문에 당분간 시장을 관망하다가 반등 기미가 보일 때 현금화하는 방안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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