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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기자의 컷]아무때나 명품 입는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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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기자의 컷]아무때나 명품 입는 배우

입력
2003.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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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생기고, 학업에는 뜻이 없으며, 학교는 놀다 지치면 가끔 들러 주고, 주먹은 엄청 세고… 이런 배역에 권상우 만큼 잘 어울리는 배우도 없다. 권상우가 청담동 날라리라면, 류승범은 변두리형 날라리과의 대표 인물.'일단 뛰어'에서 배양된 권상우의 명품 입은 날라리 이미지는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극대화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단련된 몸매를 자랑하는 권상우를 보면 진짜 부잣집 날라리 아들일 게 틀림없을 것이란 인상을 갖기 쉽다. 그러나 정작 권상우는 고생도 적잖게 했고, 돈 벌어 어머니에게 승용차 사드리는 게 꿈인 청년이다. '동갑내기…'에서 권상우는 양주병을 끼고 살고, 줄담배다. 영화를 촬영하며 권상우는 때로 진짜 담배를 피우기도 했지만, 피워야 하는 담배의 양이 너무 많을 때는 쑥으로 만든 금연초를 대신 피웠다고 한다. 실제 권상우는 술은 마시지만 담배는 피우지 않기 때문. 그러나 권상우를 거짓말쟁이라고 욕할 사람은 없다. 그건 설정이니까.

그렇다면 이런 설정은 어떤가. 1994년 '장미빛 인생'에서 최명길은 구로동 만화가게 주인. 그런데 맞선 보는 장면에서 그녀는 유명 디자이너 G씨의 옷을 입고 나왔다. 구로동 만화방 주인이라고 좋은 옷을 입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영화에서는 분명히 격에 맞지 않는 튀는 옷이었다. 일단 감독의 책임이지만 배우들이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는 게 옷 문제다.

한 여배우는 자신의 극중 배역이 그리 잘사는 집 처녀도 아닌데 "명품 의상으로 협찬을 받아오라"고 고집을 부려 코디네이터를 당혹케 했다. 알고 보면 이런 여배우는 한 둘이 아니다. 물론 "그 배우는 옷 발이 좋지 않아 뭘 입어도 안 튄다." "그게 명품이었나. 시장 옷인 줄 알았는데"라는 주위 반응이어서 제작자를 안심시켰다. 영화 촬영장에 가보면 수 십만원씩 하는 명품 슬리퍼들이 2,000원짜리 나일론 슬리퍼처럼 나뒹군다.

문제는 요즘 관객들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는 사실. "성형 수술이라뇨. 살을 좀 뺐더니 그런 소문이 나도는 걸요" 라던가, 피부가 무슨 '갈아 만든 배'도 아닌데 몇 번씩 박피 수술을 하고도 "피곤할 때는 세수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걸요. 피부관리 특별히 하는 거 없어요"라는 거짓말을 한다. 아, 그것도 '설정'이라굽쇼? 죄송합니다.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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