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현장인 중앙로역 지하 3층에서 수거한 잔해더미에서 사망자의 신체일부와 유류품이 무더기로 수거됨에 따라 정확한 사망자 집계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일부에서는 훼손된 사고 현장의 원상 복구가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지하철 참사로 인한 정확한 사망자는 과학적인 분석으로도 풀기 힘든 '영원한 미제'로 남을 가능성마저 제기하고 있다.대구시 대책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에 따르면 26일 현재 지하철 참사로 인한 사망자는 189명이다. 국과수와 경북대 법의학팀 등으로 구성된 집단사망관리단이 1080호 내 시신 수습 작업을 완료한 26일까지 발굴한 시신 135구와 사고 당일 집계된 사망자 54명을 보탠 것이다.
그러나 안심차량기지 잔해더미에서 신체일부가 발견되면서 전체 사망자수 추정 근거가 복잡해졌다. 우선 국과수 신원확인관리단이 잔해에서 수거한 발목과 손목, 머리카락, 치과보철 등은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최소 4∼12구까지 시신이 추가될 수 있다. 지하 3층 사고현장 주변에서 추가 발견되거나 사고 차량을 옮기는 과정에서 시신이 손실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화재사고와 달리 시신이 밀폐된 공간에서 고온을 받고 장시간 연소된 사고의 특수성도 변수다. 국과수 관계자는 "형태는 있으나 불에 심하게 타 DNA 분석이 힘든 경우는 추가 검사 후 시신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라며 "사망자수는 작업이 진행될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 54명과 1080호 전동차 내 시신 135구 등과 다른 경우의 수를 합쳐 사망자가 200명을 훨씬 웃돌 수도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수습대책본부의 현장 보존 소홀로 인한 시신 유실이 사실로 밝혀지자 "현장 훼손에 대한 책임자의 법적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실종자가족대책위는 이날 조해녕(曺海寧) 대구시장 등을 상대로 중앙역 지하 2층과 3층, 천장과 역구내 벽에 붙은 각종 시설물을 보존하고 불이 난 전동차 2량과 구조물 등의 이동과 소각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대구지법에 냈다.
한편 대구경찰청은 1080호 전동차 기관사 최상열(崔尙烈·38)씨가 당초 "습관적으로 마스컨키를 뽑아 대피했다"고 진술했으나 테이프 조작이 드러난 뒤 "운전사령의 지시를 받았다"고 번복함에 따라 최씨가 사고 당일 공사직원 8명과 만나는 과정에서 지하철공사측이 조직적으로 사고 은폐를 기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지하철공사 감사부 소속 오모(38)씨 등 직원 2명이 사고발생 다음날인 19일 오전 종합사령실에 들러 마그네틱 테이프를 복사한 뒤 감사부에서 녹취록을 작성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윤진태(尹鎭泰·63) 전 사장 등의 관여여부 확인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대구=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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