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6일 오후 6시간여 동안 진통을 거듭하다 특검 법안과 고 건(高建) 총리 임명동의안을 처리했다. 총리 인준안이 통과돼 국정은 이제 정상화할 수 있게 됐지만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집착해 국정의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은 여전히 거세다.본회의는 이날 오후 2시30분께 처음 열렸다. 하지만 총리 인준안―특검법 처리 순으로 돼 있는 의사일정 순서를 뒤바꾸려는 한나라당의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 처리를 놓고 곧바로 파행이 빚어졌다. 민주당이 의원 8명을 내보내 의사진행발언을 함으로써 '필리버스터'(filibuster,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시도하자 박관용(朴寬用) 의장은 오후 4시께 정회를 선포해 버렸다. 의사진행 발언 도중 여야 의원들은 고성과 욕설을 주고 받는 추태를 연출하기도 했다.
민주당 이만섭(李萬燮)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에서 "민주당이 물리적으로 특검법 통과를 저지한다면 정치생명을 걸고 내가 막겠다"며 인준안의 선 처리를 주장한 뒤 박 의장에게 "훌륭한 사람"이라며 은근히 '압박'을 가했다. 이에 박 의장은 "절충하려고 노력했지만 안됐다"면서 "관행도 중요하지만 다수결 원칙에 따라 하자면 따라가지 않을 방법이 없다"고 전임 의장인 이 의원의 '훈수'를 묵살했다.
정회도중 민주당이 의원총회를 갖는 동안 오후4시40분께 박 의장은 본회의장에 들어가 있던 한나라당과 자민련 의원들만으로 본회의 속개를 선언, 의사일정변경동의안을 통과시킨 뒤 일사천리로 특검 법안에 대한 전자투표를 실시했다. 표결 결과는 재석 162명 중 찬성 158표, 반대 1표, 기권 3표. 한나라당 김부겸(金富謙)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고 박 의장과 한나라당 김홍신(金洪信) 김영춘(金榮春) 의원은 기권했다.
한나라당은 특검 법안을 처리한 뒤 본회의를 중단한 채 민주당측의 입장을 기다리다 오후 6시가 넘어 "6시30분까지만 기다리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본회의장 맞은편 예결위회의장에서 의총을 갖고 있던 민주당은 오후7시30분이 돼서야 못이기는 척 본회의장에 들어와 총리 인준안 표결에 임했다. 찬성은 163표. 투표에 참여한 민주당 92명과 자민련 등 비교섭단체 11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고 보면 표결에 참가한 한나라당 의원 143명 중 최소한 59명이 찬성한 것으로 추측된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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