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정부의 각료 인선 작업이 막바지 단계에서 암초를 만났다. 교육부총리에 내정됐던 오명(吳明) 아주대 총장이 26일 수락의사를 돌연 철회, 모양새를 구겼다. 외관상 오 총장이 고사한 형식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교육·시민단체와 학부모 단체의 거센 반발에 밀린 불가피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이들 단체는 이날 "오 총장은 교육개혁과는 거리가 멀다"는 항의의 뜻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된 김화중(金花中·여) 민주당 의원에 대해서도 시민단체들은 "개혁성과 전문성이 떨어지고 복지마인드 조차 확실치 않다"고 반대하고 있다.
또 정세현(丁世鉉) 통일부 장관도 유임이 굳어졌다가 탈락했다. DJ 정부에서 대북정책을 총괄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개진되면서 그동안 거론되지 않았던 제3의 인물을 기용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외에도 김명자(金明子) 환경부 장관을 건교부 장관에 기용하려던 안(案)도 유보됐다. 대형 국책사업에 으레 환경 문제가 함께 얽혀있는 점을 감안, 김 장관을 건교부 장관에 앉혀 '친환경적 건설행정'을 통해 민원을 해결하려는 의도였지만 "전문성을 무시한 인사"라는 비판에 밀렸다. 또 "개발 정책의 정반대편에 서있던 환경부 장관이 갑자기 개발 총괄 부처로 옮긴다는 것 자체가 자가당착"이라는 주장도 부처 내부에서 제기됐다.
4∼5개 부처가 내부 및 관련 단체의 반발에다 조각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노 대통령측 인사간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이르면 27일께 조각 발표를 할 예정이지만 더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초 노 대통령은 '경제팀과 외교안보팀은 안정, 사회문화 부처는 개혁'의 기조에 맞춰 교육부총리에 제도권 밖에서 현장교육을 실천해 온 전성은(全聖恩) 거창 샛별중학교 교장을 의중에 뒀다. 그러나 고건(高建) 총리와의 협의 과정에서 고 총리가 "교육계는 안정감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오 총장을 강력히 천거하면서 구도가 틀어졌다. '개혁 대통령과 안정 총리'라는 구도가 빚어낸 당연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개념적 균형이 현실에서는 불협화음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교육부총리는 전 교장과 윤덕홍(尹德弘) 대구대 총장, 이재정(李在禎) 민주당 의원, 박찬석(朴贊石) 경북대 총장 등 5배수 후보군을 대상으로 재검토중이다. 건교부는 추병직(秋秉直) 차관과 최종찬(崔鍾燦) 전 정책기획수석이 재검토대상에 올랐고 환경부는 김 장관이 유임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복지부도 일단 재검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역시 갑종 출신인 조영길(曺永吉) 전 합참의장이 유력했으나 라종일(羅鍾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남신(李南信) 합참의장을 천거하면서 경합 양상으로 되돌아갔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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