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희(宋敬熙·사진) 청와대 대변인이 26일 대통령의 '입'으로서 본격적인 데뷔식을 치렀다. 까다로운 질문에 진땀을 빼기도 했지만 첫번째 치고는 합격점이었다는 평이다.송 대변인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첫 수석비서관 회의결과를 브리핑했다. 다소 긴장한 표정이었지만 아나운서 출신답게 정확한 발음으로 10여분 만에 매끄럽게 발표를 끝냈다.
그러나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이내 당황하기 시작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사정의 속도조절론' 배경을 묻는 질문에 "원칙론을 말한 것"이라고 대응했지만 까다로운 질문이 잇따라 쏟아지자 "내가 답할 일이 아니다"며 물러섰다. 옆에 있던 이해성(李海成) 홍보수석이 "대변인은 EU 대표와의 면담에 배석하느라고 이후의 회의상황을 잘 모르니 내가 대신 답하겠다"고 나선 후에야 궁지에서 벗어났다.
25일 오후에도 노 대통령과 러시아 미로노프 상원 의장의 면담 결과를 발표할 때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기자들이 "북한의 에너지 문제 해결에 러시아가 역할을 할 것이란 게 노 대통령의 말이냐"고 묻자 "내 생각도 섞여 있다"고 물러섰다가 "4시간 동안 외교사절을 면담하는데 정확한 발언내용을 어떻게 다 기록할 수 있겠느냐"며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송 대변인은 내정 발표시 질문공세를 피해 기자실을 빠져나갔다 곤욕을 치렀던 일이 생각난 듯 26일 브리핑룸을 나가면서 "이번에도 내가 빠져나갔다고 하진 않겠죠"라며 항의성 농담을 던지는 등 한결 안정감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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