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 라인이 '개혁 청와대-안정 내각'구도로 짜여지면서, 청와대 정책실과 내각간 역할분담이 어떻게 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어느 쪽이 정책 주도권을 잡느냐에 따라 '개혁'과 '경제안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새 정부 경제정책의 무게중심도 달라지기 때문이다.정책실장에 개혁적 학자인 이정우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가, 경제부총리에 정통관료인 김진표 국무조정실장이 내정되면서 외견상 개혁과 안정의 밸런스를 이뤘다. 노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재벌·금융 개혁, 동북아 중심국으로의 도약은 정책실 중심으로 흔들림 없이 추진하되, 대내외 경제불안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는 경제관료 몫으로 돌린 셈이다.
정책실과 내각의 대조적 색깔
정책실은 노 대통령도 당선자 시절 밝혔듯이 '개혁의 산실'이 될 전망이다. 조직도 동북아·정부개혁·지방분권 태스크포스팀, 빈부격차 해소·노사문제·농업문제 기획단 등 새 정부 개혁과제를 총 망라했다. 여기에는 '노(盧) 노믹스'를 구체화한 인수위원들이 포진할 전망이다.
이정우 정책실장의 천거로 동북아 태스크포스팀장(1급 비서관)에는 정태인 인수위원이 내정됐다. 정 위원은 "정책실은 인수위를 그대로 옮겨놓은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각 부처의 정책집행을 모니터링하는 정책상황비서관에는 노 대통령의 측근인 정만호 인수위 행정실장이, 중장기 국가정책을 총괄·조율할 기획조정비서관에서는 이병완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가 임명됐다.
반면 경제부처 장관에는 기존 관료그룹이 포진할 전망. 예산권을 쥐고 있는 기획예산처 장관에는 박봉흠 현 차관이 내정됐고, 산자·건교 장관에는 각각 오영교 KOTRA 사장, 추병직 현 차관 등 전·현직 관료들의 등용이 유력시 된다. 경제내각 면면으로만 봐서는 '젊어진 것' 외에는 김대중 내각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들은 개혁적이라기 보다 현실을 중시하며 정책조율 능력이 있어, '일을 굴러가도록' 만드는 데 탁월하다.
정책실과 내각간 역할분담
형식적으로는 정책실이 중장기 국정과제, 내각은 일상적 경제현안을 담당하게 된다. 경기불안에 대처하는 업무는 재경부가 하더라도, 한국 경제의 중장기 생존전략인 동북아 중심국 전략입안은 정책실 동북아 태크스포스팀이 맡는 식이다. 이정우 실장도 "경제부총리 주재의 경제정책조정회의는 계속 유지될 것이고, 필요에 따라 참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과 조화, 견제와 균형을 도모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책실이 기존 청와대 경제·정책기획 수석실과 사회·문화 등 6개 수석실을 통폐합한 것이기 때문에 그 권한은 '행사하기 나름'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 청와대 비서실장 산하 조윤제 경제보좌관은 현안 관여보다는 대통령 보좌 및 경제 가정교사 역할을 주로 담당할 전망이다. 특히 정책상황비서관실에는 부처별 과장급 연락관이 1명씩 파견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청와대 경제수석이 각 부처에서 파견된 1급 비서관을 지렛대로, 경제정책을 사실상 진두지휘했듯 정책실도 하기에 따라서는 수렴청정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와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정권 초기부터 청와대의 부처 장악력이 떨어지면 국정운영이 힘들다는 우려가 많다"며, 정책실이 정책 주도권을 장악하게 될 것임을 시사했다.
견제와 대립 가능성
그러나 이 같은 이원화 구도는 구조적으로 갈등과 대립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정책의 입안과 집행 사이의 불협화음, 학자출신과 관료의 인식차이가 개혁정책의 속도조절을 놓고 '개혁 대 안정', '학자그룹 대 관료집단'간 마찰로 번질 소지가 충분하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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