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강우석3월1일, 강우석 감독은 강원도에서 프롤로그인 1·21 남파 무장간첩 침투장면으로 '실미도' 촬영을 시작한다. 지난해 '공공의 적'이 '강우석도 괜찮은 감독'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면 '실미도'는 감독 강우석을 세계에 알리려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홍콩의 우위셴(吳宇森)처럼 미국에서 미국 돈으로 미국영화를 만드는 것은 재미없고, 내 꿈도 아니다. 우리 소재, 우리 배우로 우리 영화를 제대로 만들어 세계시장에 팔겠다. "
'공공의 적'이 그랬듯 '실미도'도 그의 특기인 코미디가 아니다. 설경구 안성기 정재영 허준호 등이 출연하는 '실미도'는 1971년 청와대로 향하던 도중 전원 자폭한 31명의 북파 공작원 이야기. "분단 현대사가 만들어 낸, 이보다 더 비극적이고, 영화적인 사건도 드물다." "내 영화의 마지막은 정치코미디"라고 말해 온 그로서는 코미디를 잠시 보류한 셈이지만 "웃음이든 액션이든 보는 동안 잡생각이 나지 않아야 한다, 자신 있다"고 말했다.
우선 사건 자체가 드라마틱하다. 증언, 자료가 넘쳐 2시간 10분 길이로 시나리오를 줄이는데 애를 먹었다. 다만 사형수나 무기수 출신인 인물들의 사연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그 부분만은 상상으로 메웠다. "그들이 너무 비인간적이면 관객이 애정을 갖기 어렵다. 안타까움, 연민이 남아야 성공할 수 있다. 한국 관객만 재미있어 해도 실패다. 또 하나의 중요한 목적인 '세계시장'을 얻지 못하니까. 그러기에는 너무 한국적 소재라고? 그럼 '본 아이덴티티'를 보라. 아니면 부시가 흉악범으로 구성된 특수부대를 조직해 이라크에 보내려다가 상황이 바뀌어 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그들의 존재를 몰래 지우려는 상황을 가정해 보라."
콜럼비아가 사상 처음 한국영화에 거액의 제작비(100억 중 약 70%)를 직접 투자한 것도 할리우드적 소재란 판단과 강우석 감독에 대한 믿음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내년 초 드러난다. "지금까지 내 영화로 '저것도 감독이냐'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때문에 흥행여부는 시기 선택 문제다. 그리고 나는 지금 '실미도'를 선택했다."
슈퍼 파워맨 강우석
"두고 보라. 앞으로 좋은 시나리오가 영화로 못 만들어지는 일은 없다."
시네마서비스는 배급력의 부족을, CJ엔터에인먼트는 제작의 부족을 서로 메워 한국영화제작의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 합병의 노림수다. "한국영화 제작의 40%대 굳히기, 최대 40편 만들기, 나머지는 다른 제작·투자사에서"라고 했다. 그 경우 우리 영화산업 규모가 지금보다 30% 이상 커지는 것은 분명하다. "물론 흥행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도 작년에 '가문의 영광'이 아니었다면 적자였다."
김상진 감독의 영입으로 시작된 시네마서비스의 할리우드식 스튜디오시스템도 '제작사 줄 세우기'가 아니라 '시네마서비스'라는 큰 놀이터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제작사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한 작품의 지분 논리에 빠져서는 안 된다. 김상진이 월급쟁이 제작자로 전락한 게 아니다. 회사 운영비, 투자자 찾기의 어려움에 허덕일 것 없이 안 되면 털고 다음 작품하고, 잘 되면 인센티브 받고. 시네마서비스야말로 웃음이 있는 곳, 많은 기회를 주는 곳이 될 것이다. "
강우석은 한 마리가 아니라, 서너 마리의 공룡도 탄생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돈 되는 영화'만 고집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그 예로 '밀애'를 들었다. 변영주란 감독을 키우고 싶었고, 좋은 영화사의 에너지를 살리고 싶어서 8억원의 손해를 미리 가정하고 투자했다고 한다. "모든 영화에는 의미가 있다. 흥망을 떠나 영화를 많이 만드는 제작자가 가장 좋은 제작자이다."
세계시장에서도 먹히는 상업영화 감독과 좋은 제작자. 어쩌면 그 스스로 위험한 두 시험대에 동시에 올라서게 된 셈인지도 모른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사진 최흥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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