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느 시당국이 우리 대학에 위탁한 맞벌이부부를 위한 어린이집의 시설장(책임자)을 맡아 2년간 운영한 적이 있다. 현장에서 일해보니 그 동안 학교에서 이론만 앞세워 떠들던 것이 얼마나 무모했는지 돌이킬 수 있었다. 현장과 이론, 현장과 정부행정의 괴리를 생생하게 체험했다.2년간의 시설장 임기를 마친 나는 어린이집 학부모들의 요청도 있고 해서 시당국에 재임을 신청했다. 뜻밖에도 시당국은 '교수는 상근이 아니어서 업무에 차질을 초래한다'며 허락하지 않았다. 불규칙적인 연수나 외출의 경우에는 가능하지만, 정식으로 주당 9시간을 출강하는 경우에는 시설장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본인의 여건이 2년 전과 조금도 달라진 게 없는데도 그 때는 되고 이제는 안 되는 이유, 주당 9시간의 외출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다른 어린이집 시설장에게 2개월 간의 휴직을 인정한 이유에 대해 물으니, '지나간 일은 묻지 말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2년 전 어린이집 개원식 당시에는 시장이 직접 참석해 학부모들에게 "교수가 시설장으로 전문성을 지니고 맡아주어 믿음이 간다"고 했었는데, 이제는 교수라서 허락할 수 없다고 하니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어린이 집 학부모들이 나서 서명운동까지 벌이는데도 당국은 외면했다.
이 문제로 만난 중앙부처의 사무관 역시 "나라의 돈을 받는 사람은 자리를 지키고 전념해야 한다"며 무작정 손사래를 쳤다. 상근의 의미는 무조건적으로 자리지킴에 있고, 현장의 소리나 요구 등은 알 필요도 없다는 듯한 그의 태도에서 탁상공론식 정책의 병폐가 물씬 느껴졌다. 나는 "지금은 산·학 협동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중시해야 하는 시대"라고 강조했지만, 그는 코방귀를 끼었다.
정부 당국자들에게 묻고 싶다. 보육사업이 여러분의 고답적이고 행정편의적 사고방식 때문에 어떻게 되어 가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느냐고.
정 원 주 협성대아동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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