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구지하철 참사의 유족들과 국민들이 분노하는 대상은 방화범이 아니다. 방화범보다는 지하철 운영에 책임있는 사람들에 대한 비난과 원망이 커지고 있다. 방화범보다 더 유족들에게 슬픔과 절망을 안겨준 사람들은 자기만 살겠다고 마스컨 키를 빼서 달아난 기관사와 무감각한 종합사령실, 무책임한 지하철공사 사장과 대구시장 등 공직자들이다.1080호 기관사와 운전사령간의 대화내용이 담긴 유·무선 테이프는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고 기관사는 진술을 번복했다. 하나씩 지하철공사의 은폐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그들에게는 차량 보호만 중요했을 뿐 승객들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게 무슨 시민의 발이며 그런 자들이 어떻게 공공의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인가. 버려진 현장 잔해더미에서 14점의 유골·유해 및 다수의 유류품이 발견됐으니 또 한 번 기가 막힌다.
큰 참사가 나면 아무리 대처를 잘 해도 불만과 불평을 사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 경우에는 사고대책본부장인 대구시장부터가 무성의하고 불성실했다. 사장도 녹취록 조작에 간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평소 열심히 시설점검을 했다거나 지하철 안전에 관한 무슨 무슨 상을 받았다 해도 소용없다. 현장 보존조치를 취하지 않은 무지는 물론, 실종자 가족들에게 호통을 치거나 유족들의 숙식문제를 제대로 보살피지 않는 생각없는 행동은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 유족들과 시민단체들이 시장 사퇴와 그에 대한 수사, 정부 차원의 수습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당연한 일이다.
지하철공사 사장은 해임됐지만 그 조치도 너무 늦었다. 사장과 시장 모두 책임있는 사람들이므로 참사 전후의 행적과 지시내용을 조사해 처벌할 부분은 처벌하고 기록해둘 것은 남겨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수습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문제는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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