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가 주어진다면 한동안 귀국하지 않고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싶습니다."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코치 연수를 받기 위해 다음달 1일 출국하는 선동열(40·사진) 전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위원. 제2의 야구인생을 가늠하게 될 이번 일본행을 앞두고 25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선 전 위원은 귀국날짜를 못박지 않겠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내던졌다.
당초 계획은 올 가을 시즌이 끝나면 돌아와 국내에서 지도자의 길을 걷겠다는 것. 그러나 선 전 위원은 이번 일본행이 '원웨이티켓'이 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올해 돌아오지 않고 1∼2년 더 머물 수도 있습니다." 주니치에서 정식 코치로 뛸 기회를 잡는다면 일본에서 눌러앉아 지도자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니치에서 선 전 위원이 맡게 될 보직은 연수생 신분의 2군 투수코치. 하지만 주니치는 선 전 위원에게 그 이상의 기대를 걸고 있다. 1999년 은퇴 직후 외국인 선수로는 전례없이 명예선수로 위촉되는 등 '나고야의 수호신'으로 불렸던 그는 주니치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1군에서 일해 달라'는 주니치의 부탁에 선 전 위원은 "밑바닥부터 경험하고 싶다"며 정중하게 사양한 바 있다.
2군 투수코치가 승부보다는 인재를 발굴하는 자리인 점을 감안하면 선 전 위원의 선택은 현역시절 '0'점대 방어율을 꾸려나갔던 마운드 운영 만큼이나 치밀해 보인다.
국내 야구가 기술적인 면보다는 선수 육성이나 체력 관리 프로그램에서 뒤떨어져 있다는 것이 선 전 위원의 판단. 그는 우선 2군에서 150㎞대의 강속구에도 불구하고 마운드에만 서면 쪼그라드는 고야마 신이치로(24)라는 신예의 전담 지도를 맡게 된다.
지도자의 길은 선수생활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다. 선 전 위원은 '국보급 투수' 출신. 그러나 명졸은 명장이 되기 쉽지 않다는 것이 야구계 속설이기도 하다. 주변 여건을 고려해 지난해 몇몇 팀으로부터의 감독직 제의도 물리친 그는 결국 월 18만엔짜리 아파트를 얻어 혼자 생활하게 될 자비 유학의 길을 택했다. 선 전 위원의 '승부구'가 어떤 결과로 나타날 지 주목된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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