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송금의혹 특검법이 26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한 3월 말부터 특검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특검수사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으로 인해 통치행위에 대한 논란과 더불어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과 DJ정권의 핵심 인물에 대한 사법처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적잖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수사범위 특검법은 2000년 6월 산업은행의 현대상선 4,000억원 대출 관련 의혹, 2000년 5월 현대건설의 1억5,000만 달러 대북 송금 등 현대 계열사 5억5,000만 달러 대북 지원 의혹, 2000년 7∼10월 현대전자 영국 공장 매각 대금 1억5,000만 달러 송금 의혹 등 수사 대상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특검법은 그러나 '이와 관련한 청와대와 국정원, 금감원 등의 비리 및 추가로 발견된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할 길을 열어두고 있어 불똥이 여러 군데로 옮겨 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산업은행 4,000억원 대출 과정과 고위층 외압 의혹 2억 달러 송금과 관련한 국정원 환전 편의 내용 대북 비밀 송금의 전체 규모가 5억 달러인지 여부 나머지 3억 달러의 송금 여부 및 경로 등에 특검 수사의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지만 수사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예측할 수 없다.
사법처리 여부 수사가 본궤도에 오르면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과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 등 현대 관계자는 물론 임동원(林東源) 전 대통령 통일특보, 박지원(朴智元) 전 청와대 비서실장, 한광옥(韓光玉) 민주당 최고위원, 이기호(李起浩) 전 대통령 경제특보 등 핵심인사의 줄소환도 예상된다.
한나라당의 주장대로라면 이들이 위반한 실정법은 국정원법, 남북교류협력법, 외국환거래법, 금융실명제법, 국가보안법 등 10여 개. 임 전 특보는 환전 편의와 관련한 국정원법 금융실명제법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드러날 수 있고, 박 전 실장도 최소한 위증 혐의는 피할 수 없다. 산은 대출 의혹과 관련해 한광옥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의 직권남용 혐의도 있다.
그러나 남북 관계가 걸린 미묘한 사안인 만큼 진상규명이 되더라도 사법처리의 대상에 대해서는 새로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여부 및 방법, 통치행위 인정 여부는 특검수사의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김 전 대통령의 처리에 대한 입장 차이에 따라 국론이 분열될 수도 있고, 여야간의 극한 충돌은 물론 민주당내 신·구주류간의 갈등이 표면화되는 등 정국 혼란도 예상할 수 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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