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자체개혁안을 만든다고 부산을 떨고 있다. 정권 교체기마다 검찰은 개혁안을 만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했었다. 그래서 검찰개혁안은 늘 대외용이라는 평가를 받곤 했다. 이번에도 검찰은 인수위원회와 갈등을 빚으면서 초기 개혁에 소극적이다가 평검사의 회의 결과를 건의 형식으로 받아 개혁안을 만들었다. 검찰 개혁과제 중 한시적 특별검사제 및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 대해서는 합의했고, 검찰인사위원회의 심의기구화도 대체적으로 합의하고 있다.현재 검찰의 위기는 신뢰의 위기이다. 신뢰는 중요한 사회적 자본의 하나이므로 신뢰를 상실한 조직은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검찰이 처한 신뢰의 위기는 지나친 엘리트주의와 폐쇄주의에 기초해있다. 또한 검찰은 과잉권력과 외부통제의 부재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검찰개혁을 재검토해야 하며, 신뢰회복을 위한 검찰개혁의 핵심은 투명성 및 민주성의 강화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법무부·검찰 조직에 외부인사, 특히 시민 참여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검찰개혁은 법무부개혁과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법무부 의사결정구조를 검찰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검찰독점지배구조의 해체와 법무부·검찰조직의 이원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검찰 지휘권을 폐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법무부 검찰국의 기능이 대폭 축소 조정되어야 한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인사권과 예산권을 모두 장악한 상황에서 법무부·검찰조직의 이원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검찰총장에게 인사·예산상의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
검찰은 또 비검찰출신이 법무부장관에 임명되는 것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법무부 장관은 비검찰출신 뿐만 아니라 비법조인도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법무부가 본연의 목적인 인권보호의 보루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비대한 검찰 상부조직과 고위직 중심구조를 축소해야 한다. 사법부의 심급구조(審級構造)에서 유래된 대검찰청 고등검찰청 지방검찰청 구조는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검찰 상부조직의 중요한 특징은 대검찰청의 비대화와 고등검찰청의 왜소화라는 기형적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대검은 기획기능과 수사기능을 모두 가질 필요가 없으며, 정책기획기능중심의 조직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또한 대검에는 검사장급만 근무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실제 일할 수 있는 인력이 없으며 고검이나 지검의 인력지원에 의해 업무가 수행되고 있다. 이에 비해 고검은 한직으로 평가 받고 있지만 다수의 검사장자리로 인해 개혁에 상당히 저항하고 있다. 이와 같은 대검·고검의 고위직 중심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또한 검찰의 비정치화 및 전문성 확립을 위해서도 승진 및 순환보직위주의 검찰인사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넷째 검사동일체 원칙을 폐지 내지 축소해야 한다. 이로 인해 검찰은 내부견제장치가 작동하기 어렵다. 특히 정치인 관련사건이나 대형비리사건은 법률적 판단보다는 정치적 판단이 앞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다섯째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를 폐지함으로써 검찰권의 독점적 사용을 배제해야 하며, 이는 자치경찰제 및 경찰의 수사권 독립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개혁 논의과정 초기에는 법조인 출신을 가능한 배제해야 한다. 이는 이해당사자 배제원칙에 기초하고 있다. 이들은 철저한 동료의식과 직업이기주의에서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으려 한다. 우리는 여야간 치열한 대립구도에서도 법조인 출신이 다수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정파간 대립이 거의 없으며, 국민이 열망하는 개혁이슈도 통과되지 못한 사례를 수없이 보았다. 지금은 검찰개혁에 국민들의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권 해 수 한성대 교수·경실련 정부개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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