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야마현 내 쿠라시키시 미관지구에 자리한 오하라 미술관. 이곳을 둘러본 사람들중 미술에 웬만한 조예가 있는 이들이라면 한결같이 탄성을 내지르게 됩니다. 고갱, 모네, 마티스, 엘그레코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 화가들의 진품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입니다.이곳은 일본 지방의 한 소도시입니다. 또 국립이나, 시립도 아닌 한 개인의 미술관입니다. 그런데 전시 작품들은 세계적인 수준이라니 결코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 미술관은 구라시키시를 기반으로 활동한 사업가 오하라 마고사부로(大原孫三郞)에 의해 1930년 설립됐습니다. 1929년 작고한 친구이자 화가 고지마 토라지로를 기리기 위해서입니다. 미술품 수집가이기도 했던 그는 사재를 털어 유럽을 누비며 진품들을 사모았고 미술관은 지금까지 자립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는 비슷한 사례가 또 있습니다. 인구 9만명의 쓰야마(津山)시의과학교육박물관에는 동물박제품과 화석 등 전시물품이 무려 11만6,000점이나 됩니다.
기모노 사업으로 돈을 번 이 지역 출신 기업가가 사재를 털어 1963년 설립했는데 이곳에 전시된 동물박제품을 지금 구입하려면 아마 천문학적인 돈이 들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설립자는 또한 자신의 장기를 사후 기증, 이박물관에 전시해 놓고 있습니다.
기업가가 돈을 벌어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설립하면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후대를 위한 훌륭한 교육공간일 뿐만 아니라 국가적문화유산이자 관광자원의 역할도 해냅니다. 그저 ‘부의 사회 환원’을 생각하기에 앞서 기업가들의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 그리고 주인의식, 국가관까지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과연 일본은 없는가? 우리가 ‘일본은 없다’라고 진정으로 외칠 수 있는것은 ‘우리가 일본 보다 뛰어나고 앞서 있을 때’ 그렇게 말할 수 있는것이 아닌가 곱씹게 됩니다.
오카야마=박원식 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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