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을 오가며 국문학을 공부해 학사는 물론 석·박사 학위까지 받은 중국인 국문학자가 탄생했다.25일 열린 성균관대 학위수여식에서 국문학 박사 학위를 받은 중국인 한메이(韓 梅·34·사진)씨. 그는 북한 김일성 종합대학 조선어문학부를 졸업, 학사 학위를 딴 뒤 성균관대로 옮겨 국문학 석·박사 학위를 잇따라 받았다.
남북한에 남다른 호기심을 가졌던 한씨는 1989년 중국 산둥(山東)반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국비 장학생시험에 합격, 김일성 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4년 과정의 학부를 마치고 산둥대학에서 94년부터 3년간 한국어 강사로 근무했던 그는 한반도의 또 다른 반쪽인 남한 사회와 국문학을 공부하기 위해 97년 8월 성균관대에서 국문학 석사 과정에 등록했다. 그는 이번 학위수여식에선 중국 명·청시대 최초의 근대적 비평가로 평가 받는 찐셩탄(金聖嘆·1608∼1661) 문학비평이 조선 후기 문단에 미친 영향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씨는 논문에서 "조선후기 실학자 정약용(丁若鏞·1762∼1836), 이 옥(李 鈺·1760∼1812), 김정희(金正喜·1786∼1856) 등의 작품에 만물이 평등함과 세상의 끊임없는 변화, 본능에 대한 긍정을 강조한 찐셩탄의 '입김'이 작용했음을 찾아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씨는 "북한은 전반적으로 고요하고 한적한 분위기에서 기숙사 생활 등 모든 것을 함께 하는 '공동체'가 강조되는 반면 남한은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도 개인의 '개성'을 중시하는 게 특징"이라고 남북에서의 학교생활을 비교했다. 그는 내달 2일 중국으로 돌아가 산둥대학 한국어학과 교수로 강단에 선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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